Happy Birthday To Me

에픽하이로 문학하기 «Happy Birthday To Me»

by 권기선


에픽하이 6집 앨범 «[e]»(2009.09.16.)중에서 ‹Happy Birthday To Me> (Feat. 하동균›*.

(*작사: 미쓰라진, 타블로 / 작곡: 타블로)

https://youtu.be/gTnOt9s4vtA?si=Rp3tNZiE6xZgJY1n


그래 나 취한다 우리

해가 뜰 때까지

마시자 Happy happy birthday

그래 나 취했다 눈물이

마를 때까지

마시자 Happy happy birthday


세월은 날 쫓고 다그쳐

갈수록 속도가 붙어

발걸음은 살얼음을 걷네

금이 가는 너와 나의

젊음을 건배해

절벽에 선 제자리 나

오늘도 술을 마신다

한잔 채워, 축하해 줘

내일의 만남보다 많은 어제의 이별

이젠 매일 이별

I guess it's human nature

숨 쉬는 죄의 벌

숫자만 늘어간다

늘 제자리 나

이젠 술이 나를 마신다

한잔 채워, 축하해 줘


그래 나 취한다 우리

해가 뜰 때까지

마시자 Happy happy birthday

그래 나 취했다 눈물이

마를 때까지

마시자 Happy happy birthday


그저 선물은 돈

입장권이 된 술

내 생일은 놀이공원

일 년 내내 없던

손님들이 가득 차도 텅 빈 초원

슬픔만 가득 찬 들판

성공이란

저 산을 등반하기 위한 탐험 중

오늘의 축배는 또 다른 출발

생일이 뭐 대수냐

꿈의 날개를 꺾은 채

또 하루를 버네

서로가 술잔을 건네

하루살이 같은 내 인생을 위해 건배

(야 마시고 죽자)

이미 죽은 듯

무난해져 가는 삶조차 불안해져

오늘 하루만큼은

제발 날 축하해 줘


그래 나 취한다 우리

해가 뜰 때까지

마시자 Happy happy birthday

그래 나 취했다 눈물이

마를 때까지

마시자 Happy happy birthday


Happy happy birthday to you

Happy happy birthday to you

Happy happy birthday to you


에픽하이의 노래 ‹Happy Birthday To Me› 가사


스스로 생일을 돌보지 않은지 몇 해는 되었다. 그럼에도 11월의 달력을 보는 때면 생일이 무슨 요일인지를 찾아본다. 우리 아들 생일날 뭐해줄까. 묻던 어머니에게,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 그냥 평상시처럼 넘어가자. 퉁명스럽게 말하던 생일이 몇 해 전이었다. 그렇게 생일이 지나갔고, 어머니는 서운해하셨다.


"네가 태어난 날이기도 하지만, 내가 널 낳은 날이기도 해."


시간이 지나 어머니가 내게 한 이 말에 한동안 가슴이 아팠다.


어릴 때는 생일을 기다렸다. 부모님이 주시는 선물을 기다렸고, 어떤 선물일지, 친구들과 뭘 할지, 기다려졌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면 저녁이 되어서야 부모님을 뵐 수 있었다. 부모님보다 내 생일이 먼저였던, 어릴 때도 그랬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태어난 나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다니. 바보였다.


나는 내가 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친구에게 다정했고 연인에게 다정했고 사람들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려 노력한다. 그러나 가족한테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어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보다 모르고 있었고 내 마음을 어머니의 마음보다 우선한 때가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내가 가져야 할 마음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내 생일 즈음이면 앓아눕곤 한다. 내 기억 속에, 초등학생 때의 어느 생일은 어머니가 몸살로 앓아누워 있던 때였다. 그럼에도 나는 친구들과 놀러 간다고 어머니에게 용돈을 받아 나간 적이 있다. 이 날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 이유는, 눈앞의 아픈 어머니가 크게 느껴지지 않었던 때문인지 아니면 내 생일이니 내가 보낼 즐거운 시간이 우선이었던 것인지. 둘 다였던 것인지. 마음 한쪽이 후회되면서도 아려오기 때문이다. 며칠 전, 내 생일에도 어머니는 감기로 고생하셨다고. 누나들의 생일도 아니고 형의 생일도 아니고 내 생일 즈음이면 앓곤 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나는 뒤늦게 아프다.


생일을 챙기는 것에 무뎌지면서, 생일이 지나고 나면 생일의 흔적을 더 그리워하는 것 같다. 내게 지나간 부모님의 흔적을 더 그리워하게 되는 것 같고.


생일을 챙기지 않는 것은 평온함에 있다. 보통날처럼, 특별하지 않은 날처럼 보내야 한다는 것,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일직선의 상태로 하루를 이어나가는 것이 어느 때부터 좋은 생일이 되었다. 그래서 생일의 저녁은 술을 마시고 잠들거나 조용히 일찍 잠들곤 했다. 그리고선 다음날이 되어야 안도하곤 했다. '다행이다. 올해 생일을 잘 보냈다.' 생일 또한, 이런 식으로 평온하게 보내야 나는 내 일상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생일이어서, 생일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보낸다는 일이. 내게는 다시 돌아오기 힘든 날과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생일에는 어머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아버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이. 내게는 최소한의 몫인 걸까. 죄책감이 동시에 쌓여가기도 한다.


나는 다정한 사람인 걸까. 가족의 사랑 속에서, 막내아들로 자라면서, 문학을 하면서 느끼는 외로움만큼이나 다정함을 잃고 싶지 않다. 오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것처럼 십 년 뒤에도, 이십 년 뒤에도 부모님에게,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내 생일이 있는 달. 11월의 오늘, 마지막 날을 보내면서 새기는 마음의 전부다.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는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조 강연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내용은 국내에서 출간된 그녀의 에세이집 «다정한 서술자»에도 나와있다.)


다정함이란 대상을 의인화해서 바라보고, 감정을 공유하고, 끊임없이 나와 닮은 점을 찾아낼 줄 아는 기술입니다. (...) 다정함이란 가장 겸손한 사랑의 유형입니다. 성서나 복음서에도 언급되지 않고, 이것을 걸고 맹세하는 사람도 없으며, 인용하는 사람도 딱히 없는 그런 종류의 사랑입니다. (...) 다정함은 우리를 서로 연결해 주는 유대의 끈을 인식하고 상대와의 유사성 및 동질성을 깨닫게 해 줍니다. 이 세상이 살아 움직이고 있고, 서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더불어 협력하고 상호 의존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합니다.

문학과 문장의 힘으로, 다정하다는 것은 내가 사람에게, 가족에게, 그리고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다정해질 수 있는 일일까.


생일을 챙기고 싶지 않은 마음과 보통날처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내가 잘 살지 못하고 있는 마음으로 점철된 것일까 봐, 오히려 빨리 취해서 잠들어 생일을 넘기는 것이 목표가 되어버린 내 모습이 스스로 더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내 생일에도 나를 챙기는 다정함이 있었으면 좋겠다. 11월의 마지막. 하루가 가고 있다.


2024년의 겨울.


언제 이렇게 크고 자라고 나이가 된 것인지 하는 느낌과

내가 겪은 다정한 언어들을 사랑하고 곧은 사람으로 만들어지고 싶다는 마음


때로는 아픔으로서 나를 온전히 챙길 수 있기를.

추워지고 있지만 목도리로 감싸는 따듯함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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