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고맙습니다.

시정아르바이트를 해봤습니다

by 푸르미르

"아유, 잘 지내셨어요?"

"안녕하세요.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시정아르바이트 관리, 통반 관리 등의 일을 하신 주무관님이 많은 통반장님들을 인간적으로 대하는 모습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 바쁜 와중에도 사람들을 놓치지 않고 맞이하고 얘기 나누셨습니다. 출장이 잦아 자리에 없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출장 후 복귀해서 제가 있는 곳을 지나치게 되면 "밥은 먹었어요?", "잘 지내요?" 등 안부인사를 수시로 해주셨습니다.

그러한 모습들을 보며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이 바빠도 항상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대하는 모습. 그 주무관님에게는 따뜻한 아우라가 보였습니다.


당시 도로명주소로 변경되는 때여서, 기존 통반장들의 지번주소리스트를 도로명주소로 변경하는 엑셀 작업을 저에게 요청하셨습니다.

다른 동들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사는 동이라서 통반 수가 많다고 하셨습니다. 통반장 선출관련해서 우편을 보내야 하는데 필요한 일이니 부탁한다고 하셨습니다.

도로명주소사이트에서 지번주소를 검색해서 리스트업 했습니다. 오전에 출장 나가기 전에 맡긴 일을 점심시간 후 오후에 복귀하셨을 때 다 해서 리스트를 메일로 보내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벌써 다했어요?"

"아.. 네"

"참 빠르네요, 쉬엄쉬엄해도 돼요. 고마워요"


굉장히 바빠 보이고 많은 민원인들이 찾는 일이 많아도 저 여유로움을 잃지 않는 모습에 반했습니다.



참된 공무원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대할 때의 모습, 일부러 듣고자 해서 들은 건 아닌 대화의 내용들, 말의 톤, 표정을 멀찍이서 보며 많이 배웠습니다.


그런데 그 주무관님의 이름이 기억이 안 납니다. 일하면서 불쾌하거나 무례했던 공무원들이나 직원들은 이름이 다 기억이 납니다. 닮고 싶은 모습의 공무원이나 직원들은 그 모습과 얼굴만 기억에 남습니다. 지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글의 주무관님과 오늘 언급한 주무관님은 이름의 한 글자도 기억이 안 납니다.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얼마나 불쾌했으면 함께 일한 지 10년이 넘은 분들의 이름을 기억할까 싶기도 합니다.


찾아뵈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성함을 몰라서 찾을 수가 없습니다. 언젠가 어디서든 만나게 되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그 순간이 오지 않았습니다. 뵙게 되면 꼭 이 말들을 전하고 싶습니다.


"함께 같은 곳에서 일할 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떻게 지내시나요?"라고 감사인사와 안부를 꼭 묻고 싶습니다. 감사인사는 어느 곳이든 계약만료일이나 마지막 근무일에 하고 나왔지만, 한 번 더 그분들을 만나는 그 순간이 와서 따로 또 하고 싶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곧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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