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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힐링 존

카페 천국

by 베키아

나는 커피를 힐링푸드라고 생각할 정도로 좋아한다.

적당히 달달한 커피를 마시면 즐거울 때 더 신나고

비 올 때 카페 라테를 마시면 괜히 센티해지는 게 좋고 눈 올 때 마시면

마음이 하얀 눈처럼 괜히 퐁신퐁신해진다.

졸려서 정신 못 차리고 축축 처질 때는 한 모금만 마셔도 눈이 번쩍 뜨이고

얼음 가득한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찰랑찰랑 흔들면서 쭉 들이키면 속 답답할 때 채증이 아주 쑤욱 내려간다. 그리고 술 마신 후 먹으면 그 시원함과 쌉쌀함에 숙취가 해소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제일 좋아하는 건

아침에 딱 한 모금, 두 모금도 아니고 딱 한 모금 마시면 왠지 상쾌해지는 그 기분이 좋다.

하루를 시작할 힘을 얻는 다고나 할까?


커피는 언제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나의 기분 담당에 꽤 많은 역할 한다.


어쩌면 나는 카페인의 힘 보다 마시는 그 자체의 시간? 행위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뭔가 마음에 공간이 생기는 느낌. 심장은 콩닥콩닥이지만.......

근데 맛도 맛있긴 하다.



기계로 내린 거, 드립으로 내린 거, 카누 같은 봉지 인스턴트커피, 편의점에서 파는 얼음에 부어 먹는 파우치 커피, 컵에 담겨 나오는 컵 커피, 콜드 브루, 캡슐 커피 등 등

안 가리고 다 마시는데 그중 깔끔한 맛을 좋아해서 드립커피를 주로 먹는다.

가리지 않고 다 마시지만 취향도 아니고 맛이 없는 건 싫어한다.

좋던 기분도 망치기 때문이다

탄맛이 심하고 담배 맛? 이 나는 것보단 대체적으로 산미가 있으면서 산뜻한 맛을 선호하고

너무 진하지 않은 게 좋다. 진하면 뭔가 커피 가루를 들이켜는 느낌이라 체하는 거 같다.

카페도 안 가리고 다 가는 편이다

다양한 맛을 경험해 보는 것을 좋아해서 한 군데만 선호해서 가지는 않는다.

물론 좋아하는 곳은 있다.

그렇기에

염창으로 이사 왔을 때 밥 집 보다도 커피 맛집을 찾았다.

근데 일단 맛도 맛인데 여기는 개인카페, 프랜차이즈 할 거 없이 넘쳐 난다.

처음에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난리다.

인천에서 살 때는 역으로 나가면 스타벅스 정도가 있었고 좀 분위기 좋은 카페를 가려면 번화가로 나가거나 서울 유명한 동네로 가야 했는데 여기는 나가서 몇 걸음 걸으면 카페 또 조금만 걸으면 카페다.

스타벅스 ,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 폴바셋 ,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매머드커피, 더벤티

없는 게 없다. 예쁜 카페들도 블록 하나마다 있다.

언제든 발 반 뻗으면 원하는 커피를 마시고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이러니 나에게는 그저 완벽한 힐링존이 아닐 수가 없다.


그리고 그 힐링존에 완벽의 더 한 건 바로바로 폴바셋이다.


맛있는 카페 라테 먹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그 맛에 눈을 뜨게 해 준 게 바로 폴바셋이다.

고소하면서 진한데 산뜻한 거 같으면서도 향긋하고 아예 처음 먹어 보는 맛. 처음 먹었을 때 그저 감동이었다. 내가 여태 마시건 가짜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때부터 모든 라테의 기준은 폴바셋이 되었다.

물론 지금은 폴바셋 보다 맛있는 집도 많긴 한데 또 그만큼의 맛을 내는 집도 잘 없다.

쫀쫀하고 부드럽고 고소한 우유에 향긋한 에스프레소 향이 나는 그런 집.

폴바셋은 매장도 잘 없어서 아주 귀하기 때문에 발견하면 안 먹고 싶어도 한잔은 먹어줘야 할 만큼 애틋하다.


“근처에 폴바셋 있었으면 난 텅장이 됐을 거야 ”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 만큼 좋아했던 그 폴바셋이...

거짓말처럼 이사 오고 2년 후쯤 인가? 동네에 생겨버렸다. 세상에.

코 옆은 아니었지만 너무 충분히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였다. 내 통장을 거덜 내러 왔다. 걸어서 라니 꿈같았다.


좋긴 좋았는데...

자취생에게 밖에서 사 먹는 커피는 좀 사치긴 하다. 거기다 유난히 비싼 그곳.

그래서 다행히도 거덜 날 통장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우려했던 텅장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좋아하던 걸 옆에 갖다 줘도 제대로 못 즐기지만

늘 언제든 달려가면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그 사실 만으로 충분했다.

‘나 폴세권에 산다고~’


폴바셋 증미역점





그리고 폴바셋만큼 나의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카페가 하나 있는데

‘라떼유’라는 곳이다.

이사 와서 처음으로 갔던 카페이다


이름부터 라테가 들어간다.

라테를 잘하나? 찾아보니 ‘빈브라더스’ 원두를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빈브라더스‘ 라면 드립 커피의 맛에 눈을 뜨게 해 준 곳이라 아주 신뢰가 깊은 곳이다.

그곳 원두라면 어느 정도 보장된 되고 거기다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요즘 라테가 4천 원 넘지 않은 곳이 없는데 3,800 이라니 가난한 자취생에게 한 줄 기 빛 같은 존재, 가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찾아가니 작고 귀여운 동네 카페였다.


두근두근


“오잉? 괜찮다? ”

역시 내 느낌이 맞았다. 맛있는 집이었다.


막 엄청 미쳤다 미쳤어 정말 맛있어는 아니었는데 그냥 왠지 충분했다

3,800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었다.

그리고 가격이 처음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이다.

정말 최고다.


아, 그리고 여기 수박 주스가 진짜 맛있다.!

혼자 살면 수박 하나 사는 게 정말 부담인데 여름이 돌아오면 수박 주스가 나와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리고 엑설런트 라테도 맛있다... 폴바셋 아이스크림 라테만큼!


이러니 꼭 ‘라떼유‘ 와 무슨 관련 있는 거 같지만 사장님이랑 인사 말고는 대화 한번 한적 없는 그저 그냥 가끔 가는 손님일 뿐이다.

혼자만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아무튼 그냥 그곳의 존재만으로 첫 서울 생활에서 위로가 됐다 .

온통 카페 천국인 이곳에서 어쩌면 제일 그리울 카페이다.


라떼유의 라테와 수박주스


폴바셋, 라떼유 그리고 내가 다니는 많은 카페들


이렇게 카페들이 가득한 곳에 살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여전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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