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속삭이는 법
엄마는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있다. 죽음은 차갑고 고요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그 자리에 서 보니 그것은 낮은 속삭임으로 다가왔다.
그날, 병실 창문 틈으로 겨울 햇살이 스며들고 있었다. 침대 위에 누워 있던 엄마는 마치 잠든 것처럼 고요했다. 의사가 고개를 젓고 나간 뒤, 그곳에 남겨진 건 나와 엄마의 마지막 시간뿐이었다. 그 순간, 죽음이 내게 처음 속삭였다.
여기 있어. 네가 듣지 못할 뿐.
죽음은 잔인하지 않았다. 그것은 어쩌면 모든 것을 품어주는 가장 넓은 품일지도 몰랐다. 엄마의 손을 잡으며 느껴졌던 마지막 온기, 그녀의 눈가에 흐릿하게 맺힌 눈물 한 방울은 마치 나를 위로하듯 속삭이고 있었다.
“삶은 영원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거야.”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하필 지금, 왜 엄마여야 했는지. 하지만 죽음은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엄마가 남긴 흔적들로 나를 깨우쳐 주었다. 주방 찬장에 정리된 엄마의 손길, 베란다에 놓인 작은 화분들, 그리고 어릴 적 내가 잠들던 침대 곁에서 불러주던 자장가. 모든 것이 그녀의 사랑으로 속삭이고 있었다.
“죽음은 끝이 아니야. 사랑은 여기에 남아 있잖아.”
죽음은 그저 이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은 새로운 방식의 대화였다. 비록 엄마를 볼 수는 없지만, 그녀는 여전히 나에게 말을 건넸다. 바람이 불어오는 날에는 그녀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고, 해 질 녘 붉게 물든 하늘은 그녀의 미소처럼 따뜻했다.
죽음이 속삭이는 법은 아주 단순하다. 그것은 사라짐 속에서도 남겨진 것들을 바라보게 한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추억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함께 숨 쉬고 있다는 진실을.
엄마는 떠났지만, 그녀는 내 안에서 여전히 살아 있다. 그녀의 속삭임은 내 삶의 일부가 되어 나를 일으키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아주 조용한 인사였다.
안녕.
우리는
언제나 연결되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