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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Sep 15. 2021

"묵은지야, 자리 좀 비워주련?"

옛것은 버리고 새것을 맞이하라!

김치 냉장고 한 귀퉁이가 마치 제 자리인 양 떡 허니 자리를 차지하고 꿈적 않는 2019년 김장김치와 문을 열 때마다 시선이 마주칩니다. 오래 묵은 김치의 깊은 맛을 모르는 바 아니나 한 번 손이 안 가면 이상하게도 계속 손이 안 갑니다. 오래 묵은 김치는 특유의 향과 감칠맛이 있어서 손질만 잘해두면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을 알면서도 귀차니즘이 발동합니다. '내일 하자!'라고 미루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제 갓 담근 김치는 김치통에서 꺼내 가위로 슥슥 잘라 놓아도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2년 묵은 김치는 손길이 필요합니다. 


날이 선선해지니 올해 김장을 넣을 자리가 부족해진 김치 냉장고가 계속 마음에 머물러 정신을 어지럽힙니다. 마음의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는 듯합니다. '정리해! 미루지 말고 생각났을 때 정리하라니까?' 애써 외면하던 소리에 오늘은 귀 기울여 보았습니다.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취하려면 '정리정돈'이 필요합니다. 정리는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는 것'이고, 정돈은 '제자리에 두는 것'입니다. 결국 냉장고에 새 김치를 넣기 위해 버려야 할 것과 취할 것을 구별하고 쓰임에 맞게 제자리를 찾는 것이 오늘의 할 일인 것 같습니다. 




묵은지는 짠맛이 깊이 배어있고 특유의 묵힌 향과 맛이 있습니다. 그래서 양념을 깨끗이 털어내고 씻어 깨끗한 물에 담가 묵은지의 짠맛과 향을 덜어내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요? 오래 묵은 생각을 덜어내야 새로운 생각을 채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묵은지로 간택된 음식은 [묵은지 청국장]과 [묵은지 볶음]입니다. 간단하지만 한 가지 만으로도 밥 한 그릇 뚝딱 비워지는 집밥 메뉴입니다.


#1. 묵은지 청국장 두부찌개

재료 : 손질된 묵은지, 두부, 푹 우려낸 멸치다시육수, 집된장, 청국장 가루, 대파, 고춧가루, 마늘

1. 묵은지를 냄비에 담은 후 진하게 우려낸 다시 육수를 넉넉하게 부어줍니다.
2. 마늘을 넣고 집된장을 풀어 준 후 두부를 넣어줍니다.
3. 로컬푸드에서 구입한 청국장분말을 넉넉히 넣어줍니다.(청국장분말은 간이 되어있지 않습니다.)
4. 고운 고추가루를 넣고 한소끔 끓인 후 대파를 넉넉히 넣어줍니다.


5. 된장 거품을 걷어내며 뭉근히 끓여줍니다.



[묵은지 된장찌개]

1. 묵은지를 냄비에 담은 후 진하게 우려낸 다시 육수를 넉넉하게 부어줍니다.

2. 마늘을 넣고 집된장을 풀어 준 후 두부를 넣어줍니다. 

3. 로컬푸드에서 구입한 청국장 분말을 넉넉히 넣어줍니다.(청국장 분말은 간이 되어있지 않습니다.)

4. 고운 고춧가루를 넣고 한소끔 끓인 후 대파를 넉넉히 넣어줍니다.

5. 된장 거품을 걷어내며 뭉근히 끓여줍니다.




#2. 묵은지 볶음

재료 : 총총 썰은 묵은지, 대파, 마늘, 식용유, 참기름, 깨소금, 설탕, 연두 약간

1. 달궈진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총총 썰은 묵은지를 넣어줍니다. /  2. 마늘과 고춧가루를 넣어 볶아줍니다.
3. 뭉근히 볶아진 묵은지에 설탕, 대파, 연두를 넣고 / 4. 참기름과 볶은 깨를 갈아서 넣어 볶아줍니다.
5. 그릇에 담아 맛있게 냠냠


[묵은지 볶음]

1. 달궈진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총총 썰은 묵은지를 넣어줍니다.

2. 마늘과 고춧가루를 넣고 볶아줍니다.

3. 뭉근히 볶아진 묵은지에 설탕, 대파, 연두를 넣고

4. 참기름과 볶은 깨를 갈아서 넣고 볶아줍니다.

5. 그릇에 담아 맛있게 냠냠~




묵은지의 짠맛을 어느 정도 뺐는지에 따라 양념의 양이 달라집니다. 오늘은 30분 정도만 담가서 김치에 짠맛이 남아있어 간을 조금만 했습니다. 각 가정마다 김치 맛이 다르기에 가족들의 입맛에 따라 양을 조절하면 입맛에 맞는 찌개와 볶음이 될 것 같습니다. 


동글이의 아침식사


청국장, 된장국을 좋아하는 동글이는 밑반찬을 먹지 않습니다. 일품식으로 국밥, 덮밥, 볶음밥처럼 숟가락 하나로 해결되는 식단을 좋아하는데 오늘 아침은 묵은지 청국장과 묵은지 볶음이어서 곁들여 먹으라고 함께 차려주었습니다. 별 반찬 없고 늘 먹는 것이지만 맛있게 잘 먹어주니 고맙습니다. 채소도, 김치도 가리지 않고 잘 먹으니 식사 준비하는 엄마의 마음이 늘 가볍습니다. 편식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도가 되는 동글이입니다.




오래 묵은 묵은지 위에 하얗게 꽃이 피어도 버리지 마세요. 깨끗이 씻어내면 반찬 만드는 재료로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묵은지가 많거든 한 번에 다 씻어 짠맛을 빼낸 후 물기를 적당히 짜 주세요.(너무 꼭 짜면 안 됩니다. 식감이 질겨져요.) 그리고 한번 만들 분량으로 위생팩에 담아 냉동 보관하시면 급할 때 다양한 재료로 사용됩니다. 김치 콩나물국밥이나, 김치죽 등에 묵은지 한 움큼을 넣으면 깊은 맛이 배가 되는 신기한 마법을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은 오래 묵은 김치를 덜어 내어 정리 정돈하였더니 마음도 정갈해지는 기분입니다. 채울 것은 채우고, 덜어낼 것을 덜어내면 쓸모가 좋아지고 불필요한 공간이 비워져 새것을 담을 수 있습니다. 마음도 그러한 것 같습니다. 어지럽고 복잡한 생각들이 있다면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내가 행복해지는 것을 방해하는 생각이라면 덜어내고. 나의 마음이 풍성히 채워지는 생각이라면 어려워도 담아내는 것이 마음의 정리정돈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늘도 정리정돈으로 보람찬 하루를 보낸 로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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