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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Oct 20. 2023

10분이면 OK! '매콤 갈치조림'

명절 선물로 지인에게서 받은 제주 갈치, 냉동실에 넣어둔 채 2주가 지나갔어요. 오다가다 남편은,


"갈치 잘 있어?"


라고 묻습니다. 냉동실에 있는 갈치가 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 당연히 잘 있겠죠. 그 말인즉, 언제쯤 갈치가 밥상에 올라오느냐는 말을 돌려한 거라는 것쯤은 이제 굳이 되묻지 않아도 알 수 있지만,


"글쎄... 아마도?"


라고 답해봅니다. 


엄마가 나이 들며 왜 그리 주방과 멀어져 갔는지 알 것만 같아요. 어쩌면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밀키트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다듬고 씻고 써는 과정들이 사라지고, 물만 넣어 끓이기만 해도 밥 한 끼 해결은 너끈하잖아요? 더군다나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으니 일석 이조이기도 하고요. 


"난, 세상에 맛있는 것들이 많지만 당신이 해준 밥이 제일 맛있어."


라는 남편의 말에 '알아주니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삐딱선을 타고 싶어 져요. 


"그 거짓말 참말이야? 솔직히 말해야지... ㅎㅎ 세상의 맛있는 것들이 더 맛있겠지..."

"티 났어? 내가 생각해도 좀 그렇다... 그렇지... 맛있는 것들이 많지..."


그래도 고마웠습니다. 가족들이 맛있다! 맛있다! 말해주고 잘 먹으면 그것만큼 힘이 나는 일도 없으니까요. 예쁜 말을 해 줬으니, 냉동실에서 잠자고 있는 갈치를 소환해 볼까요?


갈치는 구워도 튀겨도 졸여도 맛있잖아요. 오늘은 갈치로 뚝딱 간단하게 조림을 해 볼 거예요.


'매콤 갈치조림' 만들기


◉ 재료 : 갈치, 닭볶음탕 소스, 고춧가루, 마늘, 생강술(또는 미림), 설탕, 무, 대파, 양파, 동전육수, 쌀뜨물

(토핑 재료는 가족 취향에 따라 변경 가능)



1. 양파와 대파는 어슷 썰고, 무는 큼직하게 나박 썰어서 냄비 밑에 깔아 둔 뒤 손질된 갈치를 얹어줍니다.

2. 닭볶음탕 소스를 한 두 국자 끼얹어줍니다. (조림의 마지막 단계에서 간을 본 뒤 추가)



3. 고춧가루 1~2스푼, 마늘 한 스푼, 생강술(미림) 2스푼, 설탕 한 스푼을 넣습니다.



4. 동전육수 1~2알, 쌀뜨물(맹물)을 갈치가 자박하게 잠길 정도로 부어줍니다.



5. 뚜껑을 닫고 한소끔 끓여준 뒤 부족한 간을, 닭볶음탕 소스 또는 멸치액젓으로 맞춰줍니다.

6. 무가 말캉하게 익으면 완성!!


메인인 갈치보다, 무를 더 좋아해서 듬뿍 깔았더니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일품입니다. 때로는 감자나 고구마, 단호박 등을 깔아주기도 하는데 그 역시 맛깔나죠. 채소에서 나오는 단맛과 감칠맛은 설탕으로 낸 단맛과 사뭇 다릅니다. 아이들은 갈치에 열광하지만, 전 역시 조림에 곁든 채소가 더 맛나네요.


남편의 애교스러운 투정으로 시작된 갈치조림이지만 막상 해 놓고 나서는 제가 거의 다 먹은 것 같아요. 이래서 한 끼 분량만 만들어야 하는데 하다 보면 양이 늘어나 늘 뒤처리는 제 담당이 됩니다. 넉넉하게 만들어 두 세끼 먹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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