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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Sep 07. 2021

집이 학교가 된 아들의 엄마표 급식

[온라인 클래스]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집이 학교가 된 아이들의 생활은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2학기가 되었전 학년 전면 등교를 하겠다던 질병관리본부의 호기 어린 선전포고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4단계 선포 후 아직까지 단계 조정 계획은 예고된 바 없으니까요...  


초등학교 3학년 인 동글이는 하루 6교시를 쌍방향 온라인 클래스로 수업받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이끎이 분들은 아실까요? 10살 아이가 6교시 전체를 컴퓨터 앞에 꼼짝없이 앉아 헤드폰을 쓰고 수업 내용에 따라 교과서를 준비하고, 수업을 듣는 과정이 얼마나 무리를 주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오늘 체육수업은 훌라후프였습니다. 소파와 탁자를 밀어 공간을 만들어주었고, 아래층에 끼칠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매트를 깔아주었습니다. 연이어 있는 수업은 음악시간... 리코더 연주를 하였죠. 순차적으로 해나가야 하는 과정이 아이 혼자 해내기에 얼마나 무리가 되는 일인지 곁에서 도와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맞벌이 가정이라면 이 과정을 아이 혼자 해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섭니다.


이끎이 분들은 아이들의 수업을 일선에서 참관하고 앞으로의 교육 방향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줌 수업을 해야 한다면 아이들 혼자서도 할 있는 수업으로, 학습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수업은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08:45 줌 접속이 시작되고, 08:50에 1교시가 시작됩니다. 5교시가 마쳐진 12:30부터 점심시간입니다. 점심시간은 50분! 50분의 시간 동안 밥을 먹고 조금 쉬는 것까지 마친 후 6교시 수업에 들어가야 니다.


엄마들은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12:30 이전에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가 자녀가

"엄마, 점심시간이야!"

라고 외치면 준비된 따끈따끈한 한 그릇 밥상을 대령해야 합니다. 그래도 엄마 마음은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시간 안에 식사를 마쳐야 하니 좋아하는 메뉴를 준비해 주고 싶습니다.




오늘은 동글이가 좋아하는 불고기 덮밥으로 준비해 봅니다.


국물 자작한 불고기 만들기


양념간장에 재워뒀다가 구워주는 마른 불고기보다 국물이 자작한 전골식 불고기에 밥을 비벼먹는 것을 좋아하는 동글이를 위해 재료를 손질해 보았습니다.


마음은 분주한데 손이 빠르게 움직이지 않네요. 그래도 힘을 내어 시간 안에 식사 준비를 마치기 위해 박차를 가해봅니다. 그래야 짧은 시간 안에 먹고 쉬기까지 할 수 있으니까요.


동글이가 좋아하는 팽이버섯과 엄마가 좋아하는 표고버섯, 동글이가 좋아하는 당면은 최대한 많이, 조롱이떡도 많이, 고기는 더 많이... 전골냄비에 가지런히 넣고 국물을 자작하게 부어 넣습니다. 그리고 보글보글 끓여냅니다.


보글보글 맛있게 끓여지는 불고기 전골


냄새가 솔솔 풍겨오니 수업 중인 동글이가 반갑게 묻습니다.


"어? 불고기 냄새가 나는데? 엄마~ 오늘은 불고기야?"

"응, 불고기 덮밥 해줄게. 근데 수업하다가 엄마한테 말 시키면 어떡해."

"괜찮아. 음소거했어."


일상이 되어버린 풍경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점심시간. '빠빠라빱'


한그릇 식탁 : 불고기덮밥


책상 앞에 놓아주니 당당히 유튜브 채널을 틀어놓고 밥을 먹는 동글이입니다. 밥 먹을 때 유튜브를 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짧은 시간, 동글이에게는 휴식이라 잔소리를 삼켜봅니다. 학교였다면 급식 후 친구들과 운동장을 뛰어다녔겠지요. 생각만 해도 짠 합니다.


일상이 되어버린 홈스쿨링은 이제 자연스럽기까지 합니다. 시간 내에 얼른 먹고, 좋아하는 게임을 한 판 해야 또 다음 시간 수업을 들을 수 있으니 유튜브를 틀어놓고 열심히 먹습니다. 그리고 던지는 한 마디!


"엄마, 불고기 엄청 맛있어. 역시 엄마가 해 준 음식이 제일 맛있다니까..."


칭찬세례도 아낌없이 하는 동글이는 매일이 신나도 너무 신납니다. 어쩔 땐 해맑아서 기쁘고, 어쩔 때는 마냥 해맑은 게 걱정인 엄마의 마음, 동글이에게는 비밀입니다. 잘 크고 있는 동글이를 걱정하는 것은 사서 하는 걱정이겠죠?


시간이 아까운 동글이의 한 판 게임


손가락이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동글이입니다. 요즘 좋아하는 리듬게임입니다. 옛날 오락실에서 발로 뛰던 DDR 생각나시나요? 그것과 비슷한 게임인데 박자에 맞춰 자판을 누르는 리듬 게임이죠. 50분을 어찌나 알차게 쓰는지 놀라울 정도네요.


"동글아~"

"응~ 왜?"

게임을 하면서도 고맙게도 건성건성 대답은 해줍니다.

"6교시 줌 수업하는 거, 할 만하니?"

"아니, 엄청 힘들어."


힘든 줄 알면서 왜 확인하고 싶을까요?

'그래, 그 어려운 걸 해내는데 잠시라도 하고픈 거 하면서 쉬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마음의 소리입니다.


일상이 어서 회복되어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우러져
뛰노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동글이는 짧고 아쉬운 점심시간을 뒤로하고 6교시 수업까지 잘 마쳤습니다. 경력 많고 노련한 선생님을 만나 다행입니다.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이 줌 수업에 지치지 않도록 친구들과 모둠 토론을 자주 주관하십니다. 선생님께서는 학생들 마음을 알고 계시는 거죠. 친구들을 못 만나는 학생들에게 잠시라도 이유 있는 수다를 떨 수 있도록 공식적인 시간을 주시는 것을 보면 말이에요...


코로나로 이중 삼중 수업 준비하시느라 애쓰시는 모든 선생님들께... "학생들을 위해 밤낮으로 수업 짜고 모니터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흥미로운 수업으로 이끌어 주시는 선생님들의 노고를 학부모들도 잘 압니다. 곧 좋은 날도 오겠지요."라고 힘을 드리고 싶네요.


선생님,
애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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