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한 남자'와 처음 만나던 날 만들었던 [김밥]입니다. 시간 안에 김밥 80줄을 싸느라 고군분투할 때 눈치 없이 들이닥친 손님이 지금은 남편이 되어 함께 살아가네요. 20대 중반, 운영비 절감하느라 1인 5역쯤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아이들 소풍 준비하느라 혼이 절반은 나가 있을 때 처음 만난 남자의 눈에 저는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소풍이 많은 봄, 가을에는 일주일에 세 번씩 김밥을 80~100줄씩 쌌으니 보는 것만으로도 질릴 만하죠? 김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지금도 즐겨먹지는 않지만, 많이 싸 봐서 잘 만드는 음식 중 하나가 김밥이긴 합니다.
김밥의 신비로움을 혹시 아세요? 들어가는 재료도 비슷하고 만드는 방법도 비슷한데 집집마다 다른 맛이 나는 거예요. 아이들과 소풍을 함께 가면 아이들이 김밥 하나 씩 선생님 입에 넣어줍니다. 80명이 준 김밥의 맛이 정말 다 다릅니다. 김밥전문점이 다양하게 있는데도 맛이 다 다르잖아요. 100명이 만들면 100명의 맛이 나는 신기한 김밥은 호불호가 없는 것도 매력입니다.
모두가 좋아하는 김밥! 오늘은 온 가족이 좋아하는 '로운의 김밥'으로 만들어볼게요.
온 가족이 좋아하는
로운의 당근 김밥 만들기
김밥의 생명은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이에요. 밥에 간을 할 때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밥만 먹어도 간이 딱 맞을 정도로 간을 해야 김의 비릿한 맛을 잡아줘요. 쌀을 씻을 때에는 손으로 씻는 것보다 실리콘 거품기로 씻는 것이 쌀 손상을 예방해줘서 좋은 것 같아요.
1. 김밥용 밥을 지어볼까요?
맵쌀과 찹쌀을 3:1 정도로 섞어서 밥을 지어요. 쌀눈이 상하지 않게 거품기로 쌀을 씻어요.
찹쌀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칼슘, 인, 철의 성분이 있어요. 다른 곡식보다 칼슘 함량이 찹쌀을 같이 넣어서 높아서 밥을 할 때 꼭 넣는 답니다.
맵쌀과 찹쌀을 3:1정도로 섞어서 밥을 지어요. 쌀눈이 상하지 않게 거품기로 쌀을 씻어요. 밥물을 넣고 소금 약간 참기름 1Ts을 넣고 밥을 지어요. (밥에 간을 살짝하면 밥이 된 후 약간의 밑간을 더해주면 되요. 참기름은 밥알을 탱글탱글하게 만들어줘요.) 고슬고슬 밥이 잘 지어졌어요. (뜨거울 때 참기름을 두르고, 부족한 소금간과 깨소금을 넣어줘요.)
2. 김밥 재료를 만들어볼까요?
⓵ 달걀말이 만들기
달걀을 만진 뒤에는 꼭 손을 씻어야 해요. 달걀의 보관은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해야 합니다. 달걀 껍데기에 묻어있는 균들이 냉장고 문을 여닫을 때마다 포자가 되어 날아다닐 수 있어요. 식중독 예방을 위해 밀폐용기에 보관해 주세요.
달걀을 사용한 뒤에는 손을 꼭 씻고 다른 재료를 만져야해요. 그리고 달걀은 밀폐용기에 보관해주세요. (달걀껍질로 냉장고 속에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이 날아다닐 수 있어요.)
달걀은 두툼하게 말아요. 조금씩 보충해서 부어가며 달걀말이는 만들어요.
⓶ 당근 채썰기
도마에 놓고 당근채를 치려다 보면 당근이 단단해서 힘드셨죠? 톡딜로 신박한 도구를 구입했어요. 사용해보니 편리하고 좋네요. 당근처럼 단단한 채소는 좋은데 호박처럼 무른 채소는 물이 좀 생겨서 부침류를 할 때는 적당하나 나물로 볶을 때는 죽처럼 되어 만들어뒀을 때 먹음직스럽지 않더라고요. (협찬 광고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당근채를 써는 신문물을 들였어요. 순식간에 채가 쳐져서 정말 신기해요. 덕분에 채치는 시간을 벌었어요.
전기를 사용하지 않아서 더 좋아요. (제품 광고 아니에요.)
당근은 익히지 않고도 먹을 수 있으니 살짝만 볶아요.
⓷ 보통은 단무지를 그냥 사용하시잖아요? 저는 단촛물을 씻어내고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서 물기를 날려준 후 김밥을 만들어요. 밥에 노랗게 단무지 단촛물이 스미지 않는 것도 좋고 단무지 맛이 덜 느껴져서 담백한 맛이 납니다. 맛살과 햄도 노릇노릇 구워줬어요.
김밥재료는 물에 씻어 마른 프라이팬에 물기를 날릴 만큼만 볶아주세요.
⓸ 오이도 길쭉하게 썰어야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듬성듬성 썰었어요. 김밥을 쌀 때 조금 불편하겠지만 맛에는 영향이 없으니 사용해봅니다. 껍질은 벗겨도 되고 그냥 사용해도 되는데 오늘 오이 껍질이 두툼해서 벗겨서 밑간을 했어요.
⓹ 김치볶음과 장조림 김밥도 먹고 싶다고 해서 김치를 살짝 볶아서 재료를 준비해 두었어요.
오이는 씨를 제거한 후 소금을 살짝 뿌려요. 그리고 물기없이 볶아주세요. / 김치는 총총썰어 살짝 볶아줬어요.
3. 준비가 다 되었으니 김밥을 만들어볼까요?
찹쌀을 섞은 밥이라 밥알은 탱글탱글, 식감은 폭신폭신 부드러운 밥이 되었어요. 밥은 김 위에 쭉쭉 펴서, 살살 눌러주고, 갖은 재료를 얹은 후 떼구르 굴려주면 완성이에요.
밥은 한 줌 정도로 쥐어 김 위에 넓게 펴 주었어요. 저는 끝까지 밥을 다 깔아주는 편이예요. 소가 많이 들어가서 3/2정도 밥을 깔면 부족하더라구요
치즈를 얹고 가운데 당근이 들어갈 수 있도록 두툼한 재료로 막아주었어요.
당근산을 가득 올리고 장조림과 오이, 맛살, 햄, 단무지를 위에 얹어주었어요.
당근이 가득 들어간 당근 김밥이예요. 당근의 달큼하고 촉촉한 맛 때문에 김밥 먹을 때 목메임을 덜 느끼게 해 줘요.
주말 아침, 김밥 준비로 주방은 엉망이 되었지만, 김밥을 좋아하는 식구들은 환호성을 울리네요. 뿌듯 뿌듯합니다.
"우와~ 엄마 김밥이야? 나 많이 먹을 건데??"
"많이 만들 거야. 김밥에 장조림 넣어줄까?"
"나는 장조림 하고 김치볶음 다 넣어줘."
주방을 왔다 갔다 하며 동글이가 어서 만들라고 성화입니다.
"혹시 브런치 소재로 쓰려고 김밥 만드는 거 아니야?"
뭘 좀 아는 남편님 나오셔서 한 마디 거들어주시네요.
"주말이면 김밥 자주 만드는데 꼭 브런치 때문이려구요... ㅎㅎ"
사진을 찍으면서 말하니까 좀 민망하긴 하네요.
"김밥을 먹으려면 사발면이 있어야 하는데... 사발면 없나?"
"어제 마지막 남은 사발면을 당신이 먹어버렸잖아요. 사발면은 없습니다."
요즘따라 라면을 왜 저리 좋아하시는지... 사놓지를 말아야겠어요.
제일 늦게 일어난 고등학생 앵글이는 무심히 들여다보더니
"엄마가 만든 김밥이 최고지. 아침에 간단하게 먹으려고 했는데 엄마 김밥을 먹어야 하니까 오늘은 점심을 굶어야 하나?"
다이어트에 진심인 앵글이도 김밥을 기다리네요.
김밥은 일어난 순서로 배식해주었어요.
6시면 일어나는 동글이가 1번, 8시에 일어난 남편이 2번, 9시에 일어난 앵글이가 3번입니다. 재료 준비하느라 시간이 걸렸고, 밥도 새로 짓느라 시간이 걸려서 먹는 것은 동시에 먹게 되었지만 썰어서 나눠주며 각자 배식을 해 드렸네요. 분주한 아침이었지만 잘 드시니 뿌듯하고, 맛있다고 칭찬하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연휴 중 하루가 이렇게 시작되었어요. 초등인 동글이는 가을방학까지 겹쳐서 이번 주는 등교를 하지 않습니다. 결국 일주일 내내 연휴인 셈이네요. 첫날 아침 한 끼가 해결됐을 뿐이니 수없이 남은 끼니를 위해 지혜를 모아봐야겠습니다.
추석과 연휴를 지혜롭고 즐겁게 보내고픈 로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