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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Nov 20. 2021

정시합격을 위한 고2 딸과의 계약

딸아이의 이유있는 제안을 수락합니다!

제목 : 대입 동기부여를 위한 365만 원의 계약


2021년 11월 18일 목요일 아침.

오늘은 수능시험일입니다. 수능을 보는 아이들이 이동 소식이 뉴스 속보로 계속해서 나오고 고2 앵글이는 덩달아 조바심이 나는 듯합니다. 가만히 두어도 입시로 인한 스트레스로 복잡한 아이를 위해 아이가 거실 쪽으로 나오는 발소리를 들으며 뉴스 채널을 조심스레 드라마로 옮겨봅니다.

 

다른 날 보다 일찍 잠에서 깬 앵글이는, 새벽부터 일어나 서성입니다. 물을 마셨다가 사이클을 탔다가, 먹을 것을 찾아 냉장고 문을 열고 닫고 하던 앵글이가 다가옵니다.


"왜"

"엄마, 이젠 내 차례야."

"뭐가?"

"이제 딱 365일 남았어."

"365일??"

"수능까지..."

"아~ 그러네. 이제는 네 차례구나..."

"엄마, 내가 생각해 봤는데 이 생활을 1년 더 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야."

"재수 말이야??"

"응. '정시에 안되면 재수하면 되지.'라고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2년은 못하겠어. 너무 힘들 것 같아."

"엄마가 얘기했었잖아. 재수를 한다고 점수가 눈에 띄게 오르는 건 아니야. 아무 신경 안 쓰고 공부하는 김에 조금 더 힘을 내는 게 더 낫지. 안 그러면 후년에도 계속 입시 스트레스를 받게 되잖아."

"그러니까... 그래서 1년 바짝 열심히 해 보려고..."

"엄마가 어떻게 도와줄까? 뭔가 동기부여가 될 만한 것을 제시하면 들어줄게."

"정말? 어떤 것도 괜찮아?"

"괜찮아. 네가 힘낼 이유가 되는 것이 있으면 이야기해. 들어보고 괜찮겠다 싶으면 들어줄게."

"음... 엄마, 내가 수능 끝나고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거 얘기해도 돼?"

"그럼, 뭘 하고 싶었어?"

"일단, 필라테스를 하고 싶어. 이왕이면 전문가 과정까지... 그리고, 플라잉 요가랑 기타도 배우고 싶어. 시험 끝나자마자 운전면허도 딸 거야."

"하면 되지. 시험 끝나면 시간도 많은데..."

"그러려면 돈이 많이 들잖아."

"그러네. 하고 싶은 것들이 돈이 많이 드는 것들이긴 하군."

"그러니까... 내가 정시를 한 번에 붙으면 엄마가 365만 원을 포상금으로 주는 것 어때?"

"왜 365만 원이야?"

"365일 남았으니까 365만 원."

"ㅎㅎ 아주 기발하고 기막힌 제안이네... 음... 학원 안 다니니까 그 비용이 일단 1년 동안 절감될 테고, 재수를 안 하면 재수학원 비용도 세이브, 네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간다면 할머니 찬스를 쓸 수 있을 테니... 오케이~ 콜!!"

"정말? 진짜야? 진짜 줄 거야?"

"오늘부터 엄마가 하루에 만 원씩 모으면 1년 365일, 365만 원 모아지는 거잖아? 네가 매일 공부하느라 노력하는 만큼 엄마도 생활비를 절약해서 하루에 만 원씩 모아볼게. 네가 실패하면 엄마에게 365만 원의 용돈이 생기는 거고, 성공하면 네가 배우고 싶은 것을 네가 벌어서 배우는 거니까 엄마로서는 손해가 없는 장사인 듯 해. 그것으로 동기부여가 된다면 OK! 콜!!"

"음... 의욕이 막 샘솟는데? 좋아. 그럼 난 오늘부터 1년 간, 친구 만나는 것도 조절하고, 핸드폰 사용, 웹툰 보는 것도 끊을게. 엄마 약속 꼭 지키기다."

"못 믿겠으면 계약서 쓰던가..."

"아니야. 엄마가 약속을 어긴 적이 없으니까 엄마 말이 계약서지."

"그럼, 엄마도 카카오 뱅크로 하루 만원씩 적금 가입할게. OK??"

"OK!!"


앵글이와 계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카뱅으로 통장 하나를 개설했습니다. 매일 만원씩 자동이체를 신청하고 입시생의 마음을 되새겨봅니다.



나의 고3은 어땠었나 생각해 보니 나도 앵글이 만큼 불안하고 분주한 마음으로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유혹하는 매체들이 많지 않아서 앵글이 보다는 나았던 것 같습니다. 손안에 들어오는 스마트폰은 없는 것이 없고, 못 가는 곳이 없는 유혹 매체입니다. 그것에서 멀어지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저 역시도 하루 24시간 중 적어도 3~5시간 정도는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전화를 걸고 받고의 기능은 거의 전무합니다. 대부분은 쇼핑, 전자책 읽기, 웹툰 읽기, 브런치 사용하기, 은행업무보기, 글쓰기, 카톡 주고받기... 아이만 나무랄 일이 아닙니다. 아침에 눈을 떠 브런치의 새 글을 읽고 댓글을 달며, 그날의 뉴스를 읽는 것부터 시작해서, 저녁에 잠이 들기 전 하루를 마감하는 것도 역시 스마트폰입니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소통의 창구가 됩니다. 아이들은 카톡보다는 페메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인스타에 수시로 올라오는 친구들의 소식을 보고 듣고,  중요한 알림도 역시 카톡이나 아이엠스쿨로 받습니다. 그 모든 것에서 멀어지기로 마음을 먹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교우관계의 대부분에서 거리를 두는 것이기 때문에 불안할 수도 있습니다. 앵글이가 결심한 것은 소통과의 이별입니다. 거기에 따른 보상으로 하루 만원씩 소비를 줄이는 것은 앵글이가 가고자 하는 길 보다 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 새 불을 밝히고 있는 앵글이의 공부방


약속을 한 18일부터 앵글이의 방만 가늘게 불빛을 밝히고 있습니다. 매일, 공부 타이머를 앱으로 눌러 거실에, 손이 쉽게 닿지 않는 곳에 올려두고 공부방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로운 싸움을 합니다. 스스로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을 향해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려고 하는 아이가 대견하고 고맙습니다. 이 모든 일을 엄마가 시켜서 끌려가듯 하게 되면 서로가 행복하지 않을 텐데 엄마가 제안하기 전 먼저 제안해 준 것이 고맙습니다.


중3이 마쳐지는 겨울방학 전 11월. 앵글이가 이야기합니다.


"엄마, 중학교까지는 혼자 어떻게든 해 봤는데, 고등학교 공부는 안될 것 같아요. 대성 마이 팩 연간회원권 끊어주시면 안 돼요?"

"돼. 인강으로 공부하려고?"

"혼자 해보고 학원이 필요하면 말씀드릴게요."

"그래. 지금 바로 등록하자.'


대성 마이 팩 앱에 들어가니, 1년 동안 277일 이상 출석하고, 12강 이상 완강을 하면 1년 더 연장 서비스된다는 팝업이 떠오릅니다.


"앵글아, 이벤트가 있네? 이거 할 수 있을까?"

"오~ 그럼, 이 조건을 갖추면 2학년 때는 공짜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거야?"

"그런 것 같은데?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겠어가 뭐야... 당연히 해야지. 내가 해볼게."


1학년 때 조건을 충족하여 2학년 과정을 무료 수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문자가 왔습니다.


대성 마이 팩 안내 문자



"앵글아, 문자가 또 왔는데? 이거 완강하면 3학년 때도 무료 수강인가 봐."

"올~~ 대박~~~ 진짜? 문자 좀 보여주세요."

"3강만 더 완강하면 되는 것 같은데?"

"내가 지금 듣고 있는 게 12 강좌 정도인데 다 얼마 안 남았어요. 9강이면 기간 안에 완강 가능해요. 출석일수는 채웠으니까 3강만 먼저 완강해둘게요. 우와~ 그럼 나 2년 동안 무료로 들을 수 있는 거네? 정말 좋아."

"우리 딸. 엄마 돈 많이 들까 봐 인강 열심히 들어줬나 보네... ㅎㅎ"

"그런 아니고... ㅋㅋㅋㅋㅋ 엄마, 나 그렇게 착하지는 않아. 듣다 보니 그렇게 된 거야.... ㅎㅎㅎㅎㅎ"


앵글이가 열심히 들어준 덕분에 내년에도 프리패스를 등록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 안에서 아이가 성실하게 제가 갈 길을 걷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그래서 본인이 설정한 길, 목표한 걸음에 도움이 된다면 곁에서 묵묵히 지켜봐 줄 생각입니다. 다그치고 채찍질하지 않아도 스스로 갈 길을 묵묵히 걸을 수 있는 뚝심이 있어 너무도 고맙습니다.




저는 중학교에 출강 강사로 진로교육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주로 하는 강의 내용은 [메타인지와 자기 주도 학습]입니다. 그리고 [소통]에 관한 내용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내 아이는 엄마가 설정한 대로 아이의 의사 상관없이 몰아치듯 사교육 시장에 내몰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자기 주도 학습'의 중요성을 강의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부터 앵글이는 자기 주도 학습을 하고 있었지만, 교육을 받고 강의를 하면서 본인이 하고픈 길을 스스로 설정하는 것의 중요성을 더 많이 깨닫고 있습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목표치까지 도달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며 수정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공부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더욱 중요합니다. 중학교까지는 학원에서 지도하는 대로 따르면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학원이 해 줄 수 있는 것에 한계가 드러납니다. 얼마나 집중해서 공부하는지, 본인이 알고 모르는 단원은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가고 오답노트를 정리하며 공부계획을 세우는 것은 성적을 높이는 단순한 문제를 넘어 진로 설정에 중요한 밑거름이 됩니다. 그래서 용감하게 내 자녀와 함께하는 생활과 대화를 브런치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앵글이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시킨다고 하는 성향의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무엇을 함께 하기 위해서 그 일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얻어야 하는 아이였기에 대화가 많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고, 한 학기 전 방학 기간을 이용해 교과서 미리 읽기 정도의 선행을 하며 사교육 없이 자랐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수학과 영어를 혼자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하여 공부방 도움을 받았고, 중3 겨울방학부터 인강으로 혼자 공부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필요를 느껴서 어려움을 찾아가는 과정이 [자기 주도 학습]의 첫걸음입니다.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깨닫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물리적 환경이 필요한지 찾아서 제안하는 것이 자기 주도 학습의 과정입니다. 학원을 안 다니고 혼자 공부하는 것이 '자기 주도 학습'이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학원과 과외, 인강의 도움을 받는 전 과정을 선택하는 주체가 자기 자신일 때, 그리고 그 선택이 바른 선택이었는지, 수정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과정 모두가 '자기 주도 학습'인 것입니다.


내 자녀가 학습을 하는 모든 과정에서 자기의 생각과 판단으로 결정하고 조율하는 것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미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자녀에게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늦어도 중학교 1~2학년부터 시작해야 하고, 이왕이면 초등학교 4~6학년 때 시작하면 더욱 좋습니다. 시험이 없는 기간(초등~중1학년)에 스터디플래너 사용법을 숙지하고 실천하며, 스스로 오류를 찾고 수정하는 연습을 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중2~고3 학령기에는 잘 잡힌 공부습관으로 스스로 진로를 설정할 수 있는 면학 분위기가 가정에서도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옮겨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의 행복감이 세계 1위가 되기를 꿈꾸는 로운입니다.




※ 혹, 이 글을 읽고 자식 자랑이나 하는 엄마로 댓글 폭격을 맞을까 조금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이유가 자랑 하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저와 다른 방법으로 양육하고 계신 많은 부모님의 방법에 관하여 옳고 그름의 잣대로 말씀드리고자 함이 아님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니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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