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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Nov 25. 2021

달콤 달콤 얼음 동동 "식혜 만들기"

우리나라 전통음식 식혜는 발효과학 음식입니다.

"하루에 물 2l 마시면 건강하다"는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죠? 저는 하루에 2l 이상 물을 마시는 것 같습니다. 건강을 위해 일부러 마신다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물을 많이 마셨습니다. 보리차처럼 맛이 나는 물이 아닌 생수도 잘 마시는 것을 보면 물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페트병에 물을 얼려서 2개씩 들고 다닐 정도로 물을 마셨으니 물 마시기를 어느 정도 잘하는지 짐작할 만하시죠? 학교 다닐 때 책가방보다 물가방이 더 무거웠던 걸 보면 제 물 사랑은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음료수는 즐겨마시지 않습니다. 단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유일하게 하루 한 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이 유일한 낙이죠. 그런데 직접 담근 매실청, 오미자청, 보리수청 등을 물에 타서 마시는 것은 좋아합니다. 어쩌면 제가 과일청을 자주 만드는 것이 저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판용 오렌지주스를 아이들에게 먹일 때 50:50으로 물과 희석해서 먹였더니 아이들이 지금도 주스를 물에 타서 먹습니다. 마치 청을 마시는 것처럼 말이죠. 미닛메이드 같은 경우는 40:60으로 타서 마셔도 충분히 단 맛이 납니다. 시판 음료수는 달아도 너무 단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음료 중 단연 1위는 '식혜'입니다. 그래서 자주 식혜를 만들어서 냉장고에 저장 해 두고 먹습니다. 아이들이 식혜의 깊은 맛을 몰라서 만들어두어도 잘 먹지 않아 혼자 야금야금 꺼내 마셨습니다. 그래도 동네 친구들이 많다 보니 이 집 저 집 나눠주다 보면 얼마 남지 않아서 혼자 먹기 위해 식혜를 만들어도 상할 염려는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글이가,


"엄마, 혹시 식혜 만들 줄 알아?"

"왜?"

"오늘 학교에서 식혜가 나왔는데 나는 안 먹고 있었거든? 그런데 친구들이 다 먹는 거야. 그래서 나도 한 번 먹어봤는데 엄청 맛있더라? 이렇게 맛있는 걸 엄마는 왜 안 사줬어?"


학교에서 나온 것을 보니 비락식혜를 주셨던 것 같습니다. 당장 식혜를 대령할 수 없으니 제가 좋아하는 '느린 식혜'를 새벽 배송으로 받아서 동글이에게 주었습니다.


"맞아. 이 맛이야. 음~ 맛있고 달콤해. 그런데 엄마는 식혜 못 만들어?"

"만들지. 그런데 좀 오래 걸려서 일단 며칠 마실 것을 산거야."

"그래? 정말 만들 수 있어?"

"그럼, 네가 그동안 안 먹어서 그렇지 엄마가 자주 만들었었어."

"그럼, 오늘 만들어줘."

"오늘은 못 만들어. 엿기름을 사야 해."

"엥?? 식혜에 기름이 들어간다고??"

"아~ 그 기름이 아니고, 음... 보리싹으로 말린 건데... 아! 꿀 알지?"

"알지. 내가 꿀도 모를까 봐?"

"우리나라 전통 음식 중에 '조청'이라는 것이 있어. 동글이 엿은 알지?"

"엿? 알지."

"엿기름은 조청과 엿을 만들 때 재료가 되거든. 식혜도 엿기름으로 단맛을 내는 거야."

"그래? 그럼 엄청 달콤하겠네?"

"그렇지. 단맛을 더 내려면 설탕이나 꿀을 넣으면 되는데 엿기름을 진하게 우려내면 설탕을 많이 넣지 않아도 단맛이 나. 사 먹는 것보다 더 맛있을걸?"

"그럼, 언제 만들어줄 수 있어?"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니까 모레쯤은 먹을 수 있을 거야."

"오케이~ 앗싸! 신나~"

"식혜가 그렇게 좋아?"

"응. 이제 주스는 맛 없어졌어."

"동글이가 좋아하니 엄마가 식혜 자주 만들어야겠네. 맛있게 만들어줄게."


엿기름(질금 가루) : 보리의 싹을 내어 말린 식품. 맥아 또는 질금 가루라 고도한다. 주로 엿과 식혜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늦가을 기온이 낮을 때 기른 것이 가장 질이 좋고 이물질이 없고 색이 너무 진하지 않은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다음 백과사전)


동글이가 엄마표 식혜를 먹기 전 구입해서 먹었던 식혜는 '느린 식혜'입니다. 손수 만든 맛과 비슷한 맛이 나고, 설탕 맛이 많이 나지 않아서 자주 사서 먹었습니다. 이전에는 저 혼자 식혜를 먹으니 사 먹었는데, 동글이가 식혜를 찾으니 자주 만들게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만든 것이 아토피가 있는 동글이에게는 더 좋을 것 같아서요. 엄마 마음이 그런 것 같습니다.




식혜 만들기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남편이 다가옵니다.


"뭐해?"

"동글이가 식혜를 만들어달라고 해서 준비하고 있어요."

"그냥 사서 먹이지 귀찮게 뭘 만들어?"

"엄마가 만든 것도 산 것만큼 맛있는지 궁금하다고 해서..."

"당신도 참 정성이야. 그냥 사 먹어. 힘들게 만들지 말고..."

"그래도 내 생각해 주는 사람은 남편밖에 없네... ㅎㅎ"

"동글이 녀석은 진짜 신기하지 않아? 무슨 어린애가 식혜를 좋아해?"

"동글이 입맛이 원래 애들 입맛은 아니죠. 10살이 청국장 즐겨 먹는 걸 보면..."

"맞아. 완전 아재 입맛이야. ㅎㅎㅎㅎ"




달콤 달콤 얼음 동동 식혜 만들기

준비물 : 국산 엿기름, 설탕, 양푼 2개, 꼬들밥 1인분, 채, 거름망, 전기밥솥, 곰솥


국산 엿기름 500g으로 작은 곰솥 한 가득 식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만들어 놓으면 1l 용기에 5개 정도 나옵니다. 엿기름과 깨끗한 양푼을 준비해주세요.



양푼에 엿기름을 넣고 정수기 물을 담아서 엿기름을 손으로 박박 주물러주세요. 엿기름가루를 치대 주면 좀 더 진하게 우러납니다.



장갑을 끼고 조물조물 주물러주세요.



위로 동동 뜬 갈색 물이 보이시죠? 4시간 정도 담가 둔 엿기름 물입니다.

채에 받쳐 위에 뜬 맑은 물만 따라 내줍니다. 절대 욕심부리시면 안 돼요. 하얀 전분물이 따라 들어가면 식혜가 텁텁하고 깔끔한 맛이 없어지거든요. 하얀 전분이 내려가려는 순간까지만 따라내주세요.



따라낸 엿기름에 다시물을 채우며 손으로 조물조물 치대 주세요. 아직 엿기름에 단맛이 많이 남아있어요. 3~5번 정도 이 과정을 반복하며 엿기름 물을 모아주세요.



보리겨가 채에 걸러졌지만 걸러진 물에도 아직 미세한 찌꺼기가 함께 내려졌어요. 이대로 식혜를 만들면 안 되겠죠?



채에 받쳐서 따라지고 있는 영상 보이시죠?



첫 번째 거른 물을 다시망에 걸쳐 다시 걸러낼 거예요. 이때에도 마지막까지 다 따라내는 것이 아니라 아래 가라앉은 녹말이 보이면 멈춰주세요. 위에 맑은 물만 사용해서 식혜를 만드는 것이 맛있거든요.


전기밥솥에 1인분의 밥을 넣어줍니다.




거름망에 대시 백을 얹어서 미세한 부유물을 다시 걸러줄 거예요.



다시망에 걸러주면 아주 작은 부유물도 깨끗이 걸러낼 수 있어요.



밥 위에 맑은 엿기름물이 부어졌어요. 손으로 조물조물 살살 밥알이 으깨지지 않도록 펴주세요.

밥을 새로 해서 그 위해 엿기름 물을 부어주셔도 괜찮아요. 밥은 살짝 꼬들밥인 상태가 좋습니다. 저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어젯밤에 밥을 미리 해 두었어요.



지금부터가 식혜 발효 시작입니다. 6~8시간 정도 보온 상태로 두고 발효시켜줄 거예요. 어렵지 않아요. 밥에 엿기름 물을 붓고 전기밥솥에 담아 밥알이 둥둥 뜰 때까지 그냥 두시면 저절로 발효가 되니까요.



전기밥솥에서 보온을 알리는 알림음이 들리시죠? 잠시 다른 일을 보시고 오셔도 좋아요. 반나절은 걸리니까요.


※ 식혜가 발효되는 시간 동안 엿기름 물을 2~3번 정도 치대고 가라앉히며 물을 걸러내는 작업을 해야 해요. 치댄 후 2시간 정도 그냥 두었다가 윗물만 따라내주세요. 얼마 양이되지 않아서 여러 번 하면서 물을 모아주세요.

※ 발효가 다 되면 발효된 물과 엿기름 물을 섞어 곰솥에 후루룩 끓여줄 거예요. 양을 늘릴 필요가 없다면 밥솥의 식혜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지만 엿기름 윗물을 모아 함께 끓여주면 양이 좀 더 늘어나요.

※ 밥을 많이 넣으면 조금 더 진한 식혜를 만들 수 있지만 아이들이 밥알을 잘 먹지 않아서 1인분만 넣었어요. 식혜 발효된 밥알을 좋아하신다면 밥 양을 추가하셔도 좋습니다.



7시간이 지나고 뚜껑을 열어보니 발효가 되어 밥알이 둥둥 떠올랐어요. 이렇게 밥알이 떠오르면 식혜가 잘 발효됐다는 뜻이에요. 이제는 커다란 솥에 옮겨 걸러낸 엿기름 윗물을 부어 팔팔 끓여낼 거예요.



곰솥에 전기밥솥에서 발효된 식혜를 부어준 후, 엿기름 윗물 거른 맑은 물을 부어서 섞어준 후 센 불로 끓여줍니다. 그리고, 설탕으로 단맛을 조절해 주면 되는데, 각 가정마다 당도가 다르니 입맛에 맞게 설탕 양을 조절해 주세요.


※ 꿀로 맛을 낼 수도 있는데 뜨거운 불에 끓이면 설탕도 젖당으로 꿀도 젖당으로 변합니다. 꼭 꿀이 더 건강한 것은 아니에요. 꿀의 성분을 그대로 섭취하려면 찬물에 꿀물을 타서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거품을 걷어내고 설탕을 넣어 단맛을 조절해 주세요.



완성된 식혜예요. 사발에 담은 식혜로 사진을 담아봤어요. 쌀알도 잘 발효되고 식혜도 맑게 잘 끓여졌어요. 갈색설탕으로 맛을 냈더니 물이 살짝 갈색빛이 나네요.


시판용 식혜와 지금 막 완성된 식혜예요.


뽀얗게 보이는 식혜는 '느린 식혜', 맑게 보이는 식혜는 '로운 식혜'입니다. 두 가지 함께 두고 맛을 보니, 시판 식혜가 조금 더 맛있게 느껴져요. 더 달고, 엿기름 향이 나지 않네요. 로운식혜는 깔끔하고, 단맛은 제 입맛에 맞추어 당도가 낮습니다.



나란히 두고 비교 해 보니 감이 많이 차이가 나죠?




하교 후 동글이가 도착했네요.


"엄마, 식혜 다 됐어?"

"응, 맛을 좀 볼래?"

"엄마, 두 개가 있는데 어떤 거 마셔?"

"색깔이 하얀 거랑, 갈색이랑 먹어보고 어떤 게 더 맛있는지 얘기 해 줄래?"

"응... 엄마, 하얀 거는 내가 먹던 맛이고, 갈색은 단맛이 별로 없어. 엄마가 만든 게 갈색이구나?"

"응. 먹어보니 알겠어?"

"응. 내 입에는 하얀 게 더 달고 맛있는데, 엄마가 만든 건 정성이 들어있으니까 앞으로는 이걸 먹는 게 낫겠어."

"진짜? 그냥 사 먹지??"

"아니야. 엄마가 만든 음식이 원래 더 건강하다며?"

"그렇지..." (아이코... 일주일에 한 번씩 식혜를 만들게 되는 건 아닐까요?)


오늘은 남편이 재택근무라 식혜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오른쪽 엘보에 염증이 생겨서 무거운 것을 들기가 어렵거든요. 거르고 따르는 과정을 남편이 도와주니 한결 수월했어요.


"여보, 무슨 수험생 탕약 다리는 것 같다. 동글이더러 그냥 사서 먹으라 해. 이게 보통일이 아니네."

"사실, 엿기름 거르고 발효는 밥솥이 해주고, 한 번 더 끓여내는 것 밖에 없는데 주방은 엉망진창이 되었네요. 그릇들이 커서 그런가 봐요... ㅎㅎ"

"당신도 참 엄마로 살기 힘들겠다. 이걸 해달란다고 진짜 해주는 걸 보면..."

"동글이가 먹겠다는데 어떡해요. 해줘야지... ㅎㅎ"




종일 식혜 만들기를 거들어 준 남편을 위해 따끈한 식혜와 남편이 좋아하는 피칸파이를 간식으로 준비해 주었습니다. 식혜가 따뜻하면 무슨 맛이냐고요? 생각보다 따끈한 식혜도 맛이 있어요. 찬바람이 불잖아요.


주말이 다가오니 주말 내내 식혜를 음료로 해서 잘 먹겠네요. 옆집 아랫집 한 병씩 나눠주고 우리 가족 먹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새 목요일이 되었네요? 한 주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갑자기 거세진 바람에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맛도 달콤, 마음도 달콤한 로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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