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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May 14. 2020

브런치에 글을 부은 지 5년.

재미없고 지루한 자기 평가/분석의 시간.

브런치에 글을 적고는 있지만, 플랫폼 내에 있는 다른 글들을 꼼꼼히 읽어보는 편은 아니다. 물론 다른 텍스트들을 읽는다면 내 식견을 확장시키는 데 어떠한 방식으로든 도움은 될 테지만 블로그 자체를 내 생각의 저장고처럼 활용하고 있는 탓도 있다. 그러던 중 브런치 서비스 내 '통계'탭을 되돌아보는 글이 첫 화면에 등장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내 블로그의 성적은 어떨까?

물론 매일 그 날의 통계를 습관적으로 보고 있긴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둘러본 적은 없었다. 스페인과 한국의 개봉일 차이 덕분에 앞서 써둔 영화 리뷰의 조회가 갑자기 늘어난다거나 하는 것들만 흥미롭게 지켜보았고, 글을 계속해서 쓰고는 있지만 피드백(코멘트)이 많지 않아 좀 아쉽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시작: 찾아주는 곳 하나 없는 섬 같은 블로그

글 목록을 스크롤 다운하여 보니, 브런치를 시작한 것은 2016년이었다. 어느새 햇수로 5년이 지나다니!

브런치 서비스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영화 리뷰를 적어두기 위해서 트위터 혹은 왓챠보다는 좀 더 블로그스러운 플랫폼을 찾아다니던 중, 이 플랫폼을 발견해서 왓챠에 적어두었던 평을 보내서 작가 승인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 당시에는 '고작 블로그 서비스 주제에 유난스럽게도 군다'는 인상을 확실히 받았지만 거절당하는 일 없이 곧바로 승인이 나서 그 불만은 곧 사라졌고.

그렇게 2016년 4월부터 6월까지 영화 감상을 좀 적다가 퇴사를 한 2017년 4월까지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새삼스럽지만 회사가 그 정도로 바빴나 싶다. 같은 시기에 왓챠에는 꾸준히 파편화된 감상을 적었던 것 같은데 그 생각들을 정리해서 글로 뽑아낼 시간도 없었던 거겠지.

그래서일까, 2017년까지 내 블로그에 찾아온 사람은 전무하다.
스페인으로 이주, 생소한 소재로 방문자들이 들어서기 시작

스페인으로 이직을 하고 나서 문득 방관해둔 블로그 생각이 났다. 마드리드 적응과 바쁜 업무가 끝나고 나서 다녀온 베를린 여행 뒤에 다시 영화 리뷰를 적고, 베를린 여행기를 쓰기 시작했다.

2017년 8월부터 간헐적으로 쓰기 시작한 글은 다음 해에야 빛을 발한 것인지 2월에 갑자기 조회수가 급등하기 시작한다. 이 당시 꾸준히 조회수 상위권을 유지한 글들은 베를린/코펜하겐/이탈리아 여행기. 역시 나 같은 아무개가 쓰는 영화 리뷰보다는 소재 자체가 매력적인 여행기를 선호하는 것이 눈에 띈다.

예상치 못하게 조회수가 폭등한 '백내장' 글
다른 달에도 세 자릿수 방문자를 기록했지만, 2019년 2월의 방문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2019년 1월 하순부터 삼일절까지는 진짜 롤러코스터와도 같은 시기를 보냈다. 전년도 겨울에 오른눈에 발병한 백내장을 한국에 돌아가서 수술받고, 한 달 정도의 휴가를 보낸 뒤 스페인으로 돌아오자마자 망막이 찢어져서 다시 한국에 돌아가 응급수술을 받은 것.

서른두 살에 발병한 백내장에 대해서 그 지루한 과정과 스페인의 관료주의적인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지루하게 나열했는데 아무래도 '삼십 대에 백내장에 걸렸다'는 자극적인 제목 탓이었는지 하루 만에 조회수가 13,000회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글을 아침에 올리고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고 있는데 생전 울리지 않던 브런치 알림이 한 시간마다 뜨면서 조회수가 천, 이천, 삼천을 넘기다가 자정 즈음이 되어 만 삼천 회를 돌파하며 멈춘 것.

개인적으로는 망막박리 수술 직후에 느낀 감정을 쏟아낸 글의 반응이 상대적으로 신통찮았던 것이 아쉽다.

구독/브런치 유입보다는 검색 유입이 압도적

이건 아마도 내가 쓰는 글들이 감성을 자극하는 글이라기보다는 스페인의 이런저런 정보를 알리고 영화에 대한 내 개인의 감상을 남기는 '정보성 텍스트'인 탓이 큰 것 같다. 조회수 기록이 유효한 숫자로 뜨기 시작한 2018년 2월 초창기에는 브런치 유입이 가장 많은 가운데 검색/SNS/브런치/기타 유입이 어느 정도 비등비등한 비중을 차지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검색 유입이 거의 70~85% 가까이를 차지하며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좌측이 블로그 초창기의 유입, 우측이 2020년 4월의 유입
역시, 감상문보다는 스페인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

브런치 북보다는 브런치 매거진 서비스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이것 역시 앞서 말했듯 내가 쓰는 일련의 글이 완성된 스토리 아크를 가진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주제로 지금 당장의 이슈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 지금은 세 개의 매거진(카테고리)으로 나누어서 글을 올리고 있다. 전공이 외국어이다 보니 이 카테고리에 들어가지 않은 글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의사소통에 대한 글들인데, 딱히 별도로 분류하기도 뭣해서 그냥 두는 중.

주로 영화이지만, 내가 읽은 책이나 본 드라마도 포함해서 내가 보고 들은 것들에 대한 감상을 적은 글들

스페인의 현재 상황이나 전반적인 생활상/문화에 대한 이런저런 것들을 적은 글들

백내장과 망막박리 수술을 받은 이야기 묶음

스페인 이야기는 매거진 구독자도 9명이나 되고 공유도 100회가 넘는데, 감상문들은 구독자도 없고 공유 횟수 또한 50회 정도에 그친 상황. 역시 스페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압도적인 것을 볼 수 있다.

글 랭킹: 황색 저널리즘의 승리

제목으로 만 삼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속여 넘긴 백내장 글 다음은 2019년 시체스에서 발표된 뒤 올해 초에 스페인 넷플릭스에 공개되고, 2020년 5월 중순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을 앞둔 영화 '더 플랫폼'의 리뷰.

그리고 야심 차게 하루에 하나씩 올려서 다섯 개의 연작 글로 만든 '스페인의 정치적 혼돈' 시리즈 중 카탈루냐와 관련된 부분의 조회수가 제일 높다. 이것도 내가 정보를 이것저것 찾아가며 큰 노력을 들이며 이야기를 엮고 글 토막을 정돈하느라 애정을 많이 쏟았는데 큰 반응이 없어서 아쉬웠던 글.

최근은 네 번째에 위치한 스페인 넷플릭스 드라마 '엘리트들' 관련 글을 보러 꾸준히 사람들이 들어오는 편.

물론 패션 프로젝트(취미)로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이긴 하지만, 내가 쓴 글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았다는 것이 좀 의미 있게 다가온다. 아쉬운 것은 역시 피드백(코멘트)이 전무한 채로 글만 공개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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