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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Oct 12. 2019

시체스 판타스틱 영화제 경험기 (1)

시체스로 가는 길, 그리고 예매

스페인에는 많은 영화제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것은 산세바스티안 국제 영화제와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일 것이다. 전자는 (다른 모든 문화 예술 분야가 그렇듯)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는 9월에 열려서 스페인의 영화계에서 앞으로 주목받을 많은 영화들과 앞선 많은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들을 선보이며, 여타 스페인과는 달리 비 스페인/유럽권의 문화에 개방적인 카탈루냐에서 개최되는 후자는 '판타스틱 영화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장르영화들이 상영된다.

작년 산세바스티안 영화제를 다녀온 뒤,
올해는 시체스 영화제를 가기로 결심했다.

총 세 개의 글로 나뉘어 올렸던 작년 산세바스티안 영화제 방문기는 여기에:

https://brunch.co.kr/@pseudonysmo/35

영화제 참가의 시작: 이동 편과 숙소

시체스는 바르셀로나 근교에 위치한 관광지이자 게이 실버타운으로, 동네 크기가 작기도 하고 그곳을 향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바르셀로나 행 기차/비행기 값이 비싸기 때문에 우선 이동 편과 숙소를 먼저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는 세 달 전 에어비엔비에서 독립된 욕실이 구비된 방 하나를 70유로 정도에 예약하고(시체스 멜리아 호텔이 당시 1박에 130유로 정도였다), 이동을 비행기로 할 것인가, 기차로 할 것인가의 문제만 남았다. 마드리드-바르셀로나 간 AVE 기차 왕복 티켓의 값은 보통 160유로에 육박하고, 마침 부엘링(Vueling)에서 제공하는 항공편은 약 76유로 밖에 되지 않아 나는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시체스로 가기 위해서는:
비행기의 경우 T1에서 매 시간마다 Monbus 회사에서 운행하는 셔틀을 편도 7.2유로(4.1유로+3 존 이동비 3유로)를 주고 이동해야 하고(버스시간 참조), 기차의 경우 산츠(Sants) 역에서 바로 로달리(Rodalies: 근교 열차로, 마드리드의 Cercanías 열차를 생각하면 된다)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고 한다.

다만, 저 Monbus 버스를 타는 곳/플랫폼 번호가 정확히 공고되어 있지 않은 것이 애매한데, 바르셀로나 시내로 가는 공항버스 타는 곳이 보일 때 길을 건너지 말고 좀 더 오른편 주차장 쪽으로 나가면 수많은 시외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곳이 있다. 거기서 버스 외면 포장이 Monbus로 되어 있는 곳을 찾아 물어보고 타면 된다.
스페인 영화제의 한가한 운영과 비효율적 체계에 '팔리팔리'의 민족은 그저 웁니다.

한국의 영화제는 개막 한 달 전쯤 기자회견을 열어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그즈음 예매를 오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산영화제의 경우) 손쉬운 예매를 위해서 예매권을 미리 구매해서 모든 코드를 메모장에 복사해 두기도 하고, 기자회견 이후 공개된 상영시간표를 확인해서 매 상영회차마다 배정된 예매 코드(주로 세 자리)를 숙지하는 등 수강신청/공연 티켓 구매에 버금가는 경쟁을 뚫고 티켓을 얻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그렇다면 스페인의 경우는 어떤가, 작년 산세바스티안 영화제의 경우 개막 일주일 전에서야 예매가 오픈되었고, 지금 10월 18일에 개막하는 바야돌리드 영화주간(SEMINCI)은 14일이 되어서야 예매를 오픈하겠다고 공지한 상태다. 시체스의 경우도 별로 다르지 않아서, 10월 3일에 개봉하는 영화제의 티켓을 9월 18일에 오픈한단다.

심지어 더 큰 문제는, 상상을 초월하는 비효율적 예매 시스템이었다. 작년 산세바스티안 영화제는 예매 코드를 통한 예매 시스템도 아니고, 전체 상영 시간표가 한 번에 보여서 버튼을 하나 누르면 바로 예매를 하는 구조가 아니라 '상영관 선택 > 날짜 선택 > 시간 선택'의 순서로 각각의 페이지가 넘어가는 엄청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었다.


9월 18일 정오에 오픈한다는 일반 관객 티켓(Abono 구매자는 하루 전 17일에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을 기다리고 있는데, 문득 '혹시...?' 하는 생각이 들어 11시 50분 즈음 예매 페이지를 들어가 보는데, 어이없게도 날짜/상영시간의 오름차순으로 정리된 상영정보와 오른편의 티켓 모양 아이콘이 눈 앞에 뜬다. 그리고 티켓 모양 아이콘을 눌러보니.... 예매가 된다!

숨통이 트일 지경.

예상치 못한 행운으로, 그리고 상대적으로 산세바스티안보다 훨씬 직관적인 시스템 덕에 원하는 작품들을 큰 탈 없이 예매하고 나서 보니, 아무래도 시체스라는 동네가 외곽에 있어서 그런 것인지 장르 영화라는 특성 탓인지 티켓이 산세바스티안 영화제보다는 느린 속도로 빠지는 듯도 했다.

어쨌든, 숙박/이동편/상영작 예매의 모든 단계가 끝났고,
이제는 시체스에 가서 즐길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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