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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피로스 Aug 05. 2020

Ep12. 푸드파티, 내친소, 추억

호주 워킹홀리데이 일지 12화(2019.02-03)

워홀일지를 작성할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그 시기에 찍었던 사진들을 살펴보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조용히 추억에 잠겨

그 당시의 기억과 감정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거든요.


도축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 18년 12월 이후로,

19년 4월에 한국에서 여자친구가 오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기 전까지는

별다른 이벤트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한참 일에 적응하는 기간이었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거의 빈사상태였거든요.


그래서 이번 글에선

반년 동안 같은 집에서 머물며

잊지 못할 추억을 함께 만들었던

Thornett Pl(집주소) 친구들과의 시간을

기분 좋게 정리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살이 찔 수밖에 없었구나


제가 살던 집은 단독주택이었는데

집 2개가 뒷마당과 연결되어 있는 구조였어요.

양쪽 집 모두 한 식구처럼 지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살면서

주말이나 특별한 저녁엔

밥을 항상 같이 해 먹었습니다.


거기에 외부 친구들을 초대하는 날엔

규모가 커져 항상 파티가 되곤 했죠.


이 시간 동안 기숙사나 합숙생활처럼

사람들과 모여사는 즐거움을 한껏 누렸죠.

(물론 종종 피곤할 때도 있었지만ㅎ)


1년에 한두 번 마실까 말까 하는 귀한 소주.
호주는 피자가 싸요. 근데 맛은 그냥 그래요. 피자는 한국이 짱.
동서양의 조화
정체를 알 수 없는 조합
그냥 뷔페


너가 한 요리 내가 한 요리들이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모이면

저렇게 언밸런스하지만 아름답게

한 상 가득 차곤 했습니다.


그동안의 사진들을 살펴보니

정말 어마어마하게 쳐먹었더군요.

저때 살이 좀 많이 쪘던 것 같습니다.

호주에 가기 전 체중이 63kg였는데

시드니에서 57kg까지 떨어졌거든요.

아마 저때 다시 60 중반대까지 회복했던 것 같습니다ㅎ




그리운

내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같이 사는 집에는

한국인과 대만인 친구들이 주로 살았습니다.

쉐어하우스다 보니 가끔 유럽친구들도 들어왔는데

오래 남아있지 못하더군요ㅎ

주로 비자를 위해 공장일을 구하러 왔다가

일을 견디지 못해 금방 떠나버리곤 했습니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갖고

오랫동안 한 집에 살며

서로에게 힘이 되었던 친구들을

한번 소개하고자 합니다.


왼쪽 나, 오른쪽 동생


표성훈

제 동생입니다.

좀 닮았나요?

다들 별로 안 닮았다고 하던데.


저 따라 호주까지 와서

똥꼬 아프고, 손에 피 묻혀 가며

이 고생 저 고생 같이 했던 내 동생.


저때 동생과 함께 살며 보냈던 시간이

제겐 굉장히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동생은 아직도 호주에 남아

홀로 개고생하고 있습니다.

얼른 들어와라 이제.


왼쪽 : 성현 / 오른쪽 : 정욱형

김성현

저와 이름이 같아서 유독 가까웠던 친구

나이도 동갑이라 금방 친해졌습니다.

성격도 좋고, 웃음이 많아

항상 모두가 좋아했던 친구입니다.

엄살이 좀 있지만, 정도 많습니다.

너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해 성현아.

타하핳하, 푸하핳하


홍정욱

정신적 지주 정욱형.

저와 동생들 모두 굉장히 믿고 의지했던 형이죠.

장난끼도 많고 언제나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던

집안의 분위기 메이커였습니다.

키도 크고 덩치도 산만하지만

저래 보여도 이 집 남자들 중 가장 섬세한 남자였지요.

보고 싶은 형.


왼쪽 : 다정 / 오른쪽 : 챈과 다정 커플


다정 & 챈(Chen)

잘 먹는 다정이.  귀여운 다정이. 야무진 다정이.

쾌활하고 밝은 성격 탓에

언제나 집안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줬던 친구였습니다.

얼굴도 두껍고 넉살도 좋았죠.

벨라는 기가 센 여자예요.

언니 오빠들을 쥐락펴락 했거든요.

나중에 들어온 대만 남자친구 챈(Chan)을 만나

커플이 되었답니다.

지금도 서로 잘 지지고 볶으며 살아요.


페니와 조이스


페니(Penny) & 조이스(Joyce)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대만 친구들.

둘 다 성격이 밝고 쾌활해서 모두가 좋아했습니다.

저 친구들 덕분에 대만이라는 나라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 다른 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리나라에 대한 생각과 이미지에 대해서도 알게 됐죠.

대화를 나누면 참 재미있었습니다.

여로모로 배울 점이 참 많았던 친구들이었습니다.

둘 다 나보다 누나였지요.


타카 (Taka)

타카히로(Takahiro)

내 사랑 타카.

제가 가장 좋아했던 친구 중 한 명이었습니다.

성격 좋은 건 둘째 치고,

워낙 예의도 바르고 인성이 좋은 친구였어요.

사실 일본인 친구를 사귀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가지고 있던

여러가지 편견과 오해가 많았는데,

이 친구를 통해서 그런 게 많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제일 좋은 술친구였어요.


같이 사는 동안

일본에 계신 이 친구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때 슬퍼하던 이 친구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보고 싶은 타카.



그 밖에도

민이, 민관이, 은하, 초이형, 광수, 클레어 누나 등

많은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일일이 다 소개해드리진 못하겠네요.

다들 소중한 추억을 함께 나눈

나의 고맙고 귀중한 사람들입니다.


함께여서 정말 행복했어요.

당신들이 앞으로도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늘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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