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의 이기적인 섹스 방식에 비판하지만, 더 나은 대안적 섹스 방법에 대해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걸 알려줄 또는 가르쳐줄 사람이 없었다. 여성용 포르노를 볼 것인지? (어디 있어..?) 섹스 칼럼을 참고할지? 섹스에 관한 책? 휴. 차라리 인강이라도 있으면 돈을 내서라도 수강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솔직하게 파트너한테 말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난 이제부터 이기적인 남성의 섹스 방식은 버리고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고 쾌락을 극대화하는 대안적 섹스 방식을 선택할 거야."라고 한다고 치자, 대안 방법을 배울 수 없으니 상대방과 소통을 한다면? "그러니까 네가 알려줘." 또는 "그러니까 네가 좋아하는 것을 말해줘." 페미니즘 이전 섹스에서도 이걸 물어보기는 했다. 여성주의적으로 물어봤으니 상대방이 이번엔 '진정한' 오르가즘 비법을 알려주나? 아니다. 결국 기존의 방식을 답습할 뿐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방식도 제각각이다. 자신의 흥분 지점을 잘 아는 사람이 있고 잘 모르는 사람이 있고 쉽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고 말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그냥 나랑 안 맞을 수도 있고 원래 섹스를 안 좋아할 수도 있고 다른 걸 좋아할 수도 있고,,,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결국 상대방의 방식을 맞추면서 하야 되고 그렇게 되면 다시 기존으로 되돌아간다. 이 상황을 타개한 뚜렷한 대책이 나에게는 없었다.
새로운 섹스 방식은 여성의 오르가즘이다.
이전까지 내가 했던 섹스의 공통점은 남성 중심적 섹스였다는 것, 즉 남성의 사정에 중점을 둔 섹스였다는 것이다. 섹스의 끝을 알리는 남성의 사정. 일단 그게 가장 고착화된 방법이었으니 그것부터 바꾸는 것이다.
바로 내 섹스의 기본 설정을 여성의 오르가슴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여성의 오르가슴을 섹스의 끝으로 설정한다. 무조건 섹스를 할 때 여성의 오르가즘을 우선시한다. 각오를 다짐했다.
그렇게 목표를 설정한 후 곧바로 좌절했다. 내가 제대로 상대방을 오르가즘에 이르게 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의 좌절은 3단계로 진행되었는데,
1. 상대방의 거짓말
2. 미숙한 클리토리스 애무
3. 차라리 섹스를 하자
일단 상대방이 오르가즘을 느낀 척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잘못이다. 왜냐하면 내가 클리토리스 애무에 미숙하니까. "와 존나 못하네." 또는 "자극하지만 결정적이진 않네." 상대방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답답하니까 거짓말을 한다. 즉 나는 상대방에게 자극을 하되 오르가즘까지는 이르게 못하는 답답한 애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상대방은 차라리 섹스를 요청한다. 이 미숙한 애무를 받느니 섹스를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실제로 처음에는 오르가즘을 느끼게 하는 것에 실패해서 섹스에 돌입했다. 결국 기존의 섹스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단한 결론을 내고 싶지만, 사실 그냥 여전히 노력 중이다.
무슨 이딴 글이 다 있어 이럴 수 있지만, 만화처럼 계속 노력해서 난 애무의 신이 되었고 너희도 노력해봐 따위의 결말은 없다. 계속 노력하는 중이고, 다른 대안도 계속 찾을 것이다.
다들 즐겁고 행복한 섹스를 하길 바란다.
그런데
즐겁고 행복한 섹스? 나는 섹스를 할 때 행복한가? 나는 그동안 섹스를 좋아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