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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첫 줄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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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밍웨이 Jun 09. 2024

첫 줄

7. 장밋빛 미래 그리고 그다음

그 둘이 사귄 후 2년 뒤 추운 겨울이 두 번째 오는 날이었다.

한 경찰서 안 연병장에 의경들이 서 있었다.

정후는 뚜벅뚜벅 나와 그들 앞에 섰다.

뒤로 돌아 그 부대 중대장에게 외쳤다.


"수경 임정후 금일부로 제대를 명 받아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어~ 그래! 수고 많았다. 사회에서도 지금처럼만 하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거야 행운을 빈다."


"감사합니다!"


마침내 정후는 제대를 했다.

반가운 마음에 최대한 빨리 유진을 만나러 학교로 향했다.

가는 길에 터미널 화장실에서 한껏 멋을 부렸다.

옷도 멋지게 갈아입었다.

분홍 티셔츠와 파란색 챙모자 그리고 파란색 츄리닝 바지와 그놈의 슈퍼스타 블랙.

이 패션의 정점 분홍틴트색 선글라스

까까머리에 모자를 쓰니 더 우스워 보였지만 까까머리보단 모자가 더 어울렸기에 모자를 쓰고 학교로 향했다.


"유진아!!!!!!!"


사람들 속에 정후는 유진이 이름을 외쳤고 유진은 얼굴이 빨개져 그에게 다가갔다.


"빨리 카페나 가자"


유진이 다급하게 말하며 정후의 팔을 이끌고 근처 카페로 향했다.

정후는 조금 섭섭했다. 상상할 때는 여자친구가 달려와 안기는 상상을 했지만 현실은 상상과 좀 달랐다.

사귀고 한 달쯤 군대를 간 남자친구, 바쁜 현실과 군대에서 눈치 없이 연락해서 귀찮게 하는 남자친구.

그러다 제대했다고 나왔는데 모든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의 삐에로 감성으로 나타난 남자친구가 원망스러웠다.

정후의 시선은 20살 때에 머물러 있고 유진의 시선은 23살에 있었다. 

둘은 20살 처음 만날 때보다 어색했다. 

매일매일 만나고 싶지만 정후도 아르바이트를 했어야 했고 공부도 했어야 했다. 

학교에 서로 머물 때 가끔 점심을 같이 먹긴 했지만 그마저도 이 둘에겐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정후도 차가워진 유진에게 점점 마음이 떠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볼 때마다 다시 20살 때의 느낌에 젖어들어갔다. 반응이 차갑고 표현을 안 해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자신의 목표였다.

정후가 군생활 때 불침번을 서며 적은 낡은 군대 노트에 버킷리스트를 빼곡히 적었다. 그 버킷리스트에는 유진과의 결혼도 적혀 있었다.

그 정도로 정후는 지금의 자신에게 어떤 표현을 하든 반응이 차갑든 크게 상처받지 않았다. 섭섭은 했지만 그래도 그녀를 볼 때면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 둘은 밥을 먹고 카페를 가도 별 대화가 없었다.

주말 하루 종일 같이 있는 때에는 카페를 몇 군데 옮겨 다니기도 했다. 그러면서 계속 핸드폰만 봐라 봤다.

유진도 점점 정후에게 멀어 짐을 느꼈다.

본인의 마음이 막상 제대한 정후를 보아도 20살 때로 돌아가기 힘듦을 느꼈고 만날 때마다 지루하고 어떤 때에는 데이트 나가는 거 조차 귀찮을 때가 있었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쉬어야 하는 주말에 또 일을 하러 가는 느낌이었다.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 술을 한잔 하려고 해도 정후가 본인과는 술도 안 먹는다며 질투를 하고는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후의 주량은 고작 맥주 500ml 한잔이었다.

술을 즐기는 유진은 정후와 술을 먹으면 이미 자기가 취하기 전에 얼굴이 검붉어진 정후의 얼굴을 보면 술 먹는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같이 술 먹는 것도 피했다.

서로 맞는 게 없었다. 아니 서로 맞는 구석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그 둘은 술을 한잔 먹었다.

역시 맥주에 빨리 취한 정후는 유진에게 물었다.


"나 사랑해?"

이 하나의 질문에 유진은 심각한 표정을 하였다.

없는 말을 하지 않는 성격인 유진은 진심으로 스스로에게 앞에 있는 남자를 사랑하냐는 물음에 스스로에게 정확한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끝내 유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후는 이런 유진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당황하지 않았다. 그냥 남아있는 맥주를 들이켜고 일어섰다.


"집에 들어가자"


정후도 유진을 사랑은 했지만 그 사랑한 유진은 20살 때의 유진이었다. 23살의 유진은 달랐다.

20살 때 유진도 차갑고 표현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사랑이 느껴졌었다. 하지만 지금의 유진은 아니었고 그걸 눈치채고 있는 정후였다.

유진도 떨어져 있는 사이 긴가민가 했던 본인의 마음을 점점 정리해가고 있었다. 정후의 행동과 말투가 예전 애타게 그녀만을 찾던 정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대하고 4개월 후 


벚꽃이 가득 핀 계절 누구나 알만한 벚꽃 거리로 그 둘은 데이트를 나갔다.

손을 잡고 걸으며 둘은 벚꽃구경을 했다.

햇빛이 따듯하게 둘을 비추고 있었고 바람결이 일 때마다 벚꽃나무들에 가득 품은 벚꽃 잎은 한 잎 한 잎씩 살랑거리며 정후와 유진의 옷깃을 스쳐 땅이 떨어졌다.

아무 말 없이 긴 벚꽃 거리를 둘은 손을 잡고 걸었다.

그렇게 좋은 날 둘은 웃지 않았다. 형식상의 커플처럼 둘은 손만 잡고 각자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


"10년 후에도 우리 지금처럼 손잡고 벚꽃을 보고 있을까?"


정후가 적막을 깨고 물었다.


"글쎄" 


유진이 고민 없이 대답했다.


얼마 걷다 둘은 자연스럽게 손을 놓고 벚꽃길을 각자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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