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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TYMOON Dec 31. 2016

이별일기#마지막

우린 정말로 이별했다

약속한 오늘

우린 만났다


밥은?

너에게 말한 내 첫 마디


커피나 한잔하자

너에게 말한 내 다음 마디


평소엔 까페에 가지도 않던 우리가 까페를 찾았다

가지고 온 선물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선물을 고르고 포장했던 시간과 마음이 아쉬워

그냥 너에게 다 주기로 결정했다


이건 헤어지기 전에 쓴 거라 감안하고 봐줘

이건 헤어진 후 쓴 건데 부끄러우니 집가서 봐줘

아니면 그냥 버리던지


별 일 없었냐는 네 말에 평소와 달리 조잘거렸다

손톱 자랑도 하고 새로산 패딩도 자랑하고

어제 다듬은 눈썹과 영업에 넘어간 얘기

망년회로 갔던 양대창집 후기와 사주 본 후기

주절주절 내 얘기를 했다


분명 그렇게 할 말이 많았는데

이상하게도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하나도 없다

아예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그래서 너는 잘 지냈냐는 내 반문에

일했던 이야기와 앞으로의 네 일들에 대해 들었다


놀랍게도

지난 주 자동으로 네가 오는 주말을 계산하던 내가

오늘 너의 일정을 들어도 하나도 계산되지 않는다

네가 오는 주말만을 손꼽았던 내가 말야


중간 중간 서로 미련을 보였다

그러나 둘 중 어느 누구도 붙잡진 않았다

역시 마음이 여기까지인 거였겠지

헤어짐이 납득이 가냐는 네 말에 난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힘든 상황을 핑계대는 비겁한 스스로를 자기합리화할까봐 분명히 말해두었다

우린 상황 때문이 아니라

나에 대한 너의 마음이 거기까지였던 것뿐이라고


아쉽다

내 못다한 마음이


집으로 가는 길

내일도 만날 것처럼 잘 가 안녕하며 헤어졌다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며 불현듯 할 말이 떠올랐다


전화를 걸어 너에게 새해 복 많이 받고 잘 지내라며 다시한번 안녕이란 말을 했다

너도 똑같이 새해 복 많이 받고 잘 지내라고 응답했다

뒤이어 뭐라고 말하려는 미적거림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안 들리는 척 전화를 끊었다

정말로 끝이다



인생에서 가장 사랑한 사람이었다

아무것도 없이 순수하게 사람만으로 사랑했었다

이제 또다시 그런 사랑은 아마 힘들겠지

이렇게 나는 나의 사랑과 이별했다






*

이별하고 어디 말할 곳도 없고 너무 힘들어서 시작했는데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점점 나아졌어요!

비록 언젠가 올 후폭풍이 두렵지만 브런치에 일기쓰며 이겨내려구요!

이별하신 모든 마음 따뜻한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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