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권리당원들은 모두 이재명 팬이다. 보수성향 커뮤니티와 언론에서 늘 나오는 말이다.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정권 심판론을 이재명 개인에 대한 팬심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프레임에 당한 것은 이재명과 민주당이 아니라, 이준석과 이낙연이었다고 생각한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6884#home
위의 기사를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12일 ‘촛불승리 전환행동’ 주최 촛불집회와 14일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시국미사에서 민주당 권리당원 5명을 만나 인터뷰했다. 반(反)윤석열 집회에 직접 참석할 정도로 적극적인 당원들이다."
"의사 우모(60)씨는 지난해 12월 권리당원이 됐다. “이태원 참사를 보고 정부에 너무 실망해 국민을 지켜주는 제대로 된 대한민국을 보고 싶어서 당비를 1만원씩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재명을 지지하는 이유는 윤석열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즉, 이재명 본인이 전과 4범이든 말든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한 중앙일보의 헤드라인만 보면 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까닭은 윤석열의 실정을 심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이재명을 지지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다시 대선을 치뤄도 이재명을 찍느니 차라리 윤석열을 찍겠다."
이준석의 개혁신당을 지지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그러나 윤석열을 차마 지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이준석에게 기대를 걸었었다.
한편, 이낙연의 새로운 미래를 지지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진보적 성향이지만 이재명 개인을 몹시 싫어하는 이들도, 현재 민주당에 표를 주지 않는다고 공언을 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현재 민주당은 이재명 개인의 당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낙연과 새로운 미래는 진보적 성향을 띈 중도 유권자들뿐만 아니라, 일부 민주당원들도 현재의 당 상황에 신물이나 자신에게 합류할 것이라고 믿었다.
윤석열도 똥이고, 이재명도 똥이며, 국민의 힘은 쓰레기이고, 민주당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제3지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준석과 이낙연의 개인기로는 양당 구조를 깨기 어렵다. 따라서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
논리는 썩 괜찮았다. 하지만 밀월은 바로 끝났다. 노선이 정반대인 까닭도 있지만, 바로 중도의 표심을 바로 낚아챘다면, 그들의 연합은 생각보다 오래 갔을 수도 있다.
한편, 이준석과 이낙연이 침몰하면서 조국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조국은 대놓고 반 윤석열 전선의 선두를 공언했다. 따라서 겉보기로는 중도라고 하기 힘들다. 그런데 비례대표 지지율을 보면, 중도에게도 호소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인용한 중앙일보의 기사에서 나온 것처럼 중도의 민심 역시 반 윤석열에 가깝다는 것이다. 조국의 부상은 중도에서 반윤석열 정서가 얼마나 강한지 증명해준다.
따라서 이준석과 이낙연도 조국처럼 처음부터 반윤석열 기치를 높이 들었다면 유력한 제3지대를 만들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이 윤석열의 실정에 대해 비판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재명도 공격선상에 놓으면서 이재명 지지자들을 개딸이라며 우습게 여겼다. 보수언론도 가세했다. 매일 민주당은 개인의 당파로 전락했다고 공격했다.
어쩌면 썩 괜찮은 전략일 수도 있다. 중도에게 이재명을 지지하는 것은 대국을 보지 않고 사적 이익에 봉사하게 된다는 인상을 심을 수도 있으니까.
착시 현상이 발생했다. 이준석과 이낙연, 그리고 소위 보수들은 정말로 이재명 지지자들이 개인의 팬덤에 불과하다고 생각해버리게 된 것이다.
현재 이재명을 지지하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재명의 개인 팬이 아니다. 다만 윤석열의 실정을 단죄하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이제 이재명보다 훨씬 더 많이 윤석열에게 당한 사람, 조국이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윤석열을 저지하고 싶지만, 이재명에게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이들에게 또다른 선택지가 생겼다. 조국신당이 돌풍을 일으키는 까닭이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30863837
이에 대해 보수 신문인 한국 경제는 한국 갤럽의 말을 인용하여 아래와 같이 전망했다.
"이어 "제3지대 승리 희망은 여당과 제1야당에 대한 불만을 내포한다. 따라서, 이를 전적으로 현 제3지대 세력이나 정당에 대한 지지로 볼 수는 없다"며 "선거 임박해서까지 신생 정당들이 제3지대에 대한 유권자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차선의 선택은 기존 정당들로 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총선에서 국민들의 선택은 결국 정당 지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 지지율이 오롯이 정당을 지지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반윤석열 정서 때문인지, 일절 언급이 없다. 아마도 반윤석열 정서를 가능한 말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것 같다. 아니면 비록 반윤석열 정서가 강력하다고 하더라도, 설마 민주당과 조국에게 투표하지는 않겠지라는 희망사항을 투영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