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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나종호 Jul 06. 2020

우울증에 걸린 친구에게 힘이 되는 문자

힘들 땐, 네 두 발을 쳐다봐

다음 내용은 The Mighty라는 미국 내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사이트에 캐런 펠로퀸 (Karen Peloquin) 씨가 본인의 우울증에 대한 투고 글을 번역한 글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몇 개월 간, 제 친구는 저에게 그녀의 두 발을 찍은 사진들을 문자로 보내주고 있습니다. 언뜻 보기엔 이상해 보이지만, 우울증과 불안으로 고통받는 친구를 위해 보낼 수 있는 가장 아름 답고 마음 편안한 문자일 거예요.

 

출처: The Mighty


제 친구는 저의 우울증과 불안이 통제가 안될 정도로 심각해졌을 때, 저에게 이렇게 말했었어요.


너의 발을 쳐다봐봐


우울증이 심해질 때에는, 과거에 대해 지속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두려울 수 있어요. 그녀가 저에게 "네 발을 쳐다봐"라고 해주는 말은, 제가 안정을 찾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었어요. 저는 그 문자로 인해, 스스로를 보다 잘 통제하고,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었어요.


어떤 때는, 그녀는 저에게 아침에 문자를 보내서, “얼른 가서 아침 먹어"라고 다정하게 말해주고는, 얼마 후에는 "그냥 점심이나 먹어"라고 하고, 그런 식으로 저의 일과를 주욱 제시해주곤 했어요. 그녀의 문자는 제가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었어요. 그녀는 그녀의 두 발을 사진으로 찍어서 문자를 보내줌으로써, 그녀도 똑같은 조언을 따르고 있음을 알려주었어요. 그리고, 마치 우연의 일치처럼, 그 사진들은 제가 그 조언을 가장 필요로 할 때 저에게 오곤 했어요.


저와 그 친구는 둘 다 인생의 서로 다른 시점에서 형제를 자살로 잃었어요. 그리고 그 비극적인 죽음들로 인해, 우리는 둘 다 우울증과 불안으로 고통받고 있어요. 저는 그녀에게 아무 이야기나 다 할 수 있고, 그녀 또한 저에게 맘 속에 있는 어떤 이야기라도 할 수 있다는 걸 알아요. 왜냐면, 우리는 둘 다 우울증과 불안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서로에게 엄청난 동정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둘 다 결혼을 했고, 두 아이의 엄마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요.

 

우울증은 가족 모두에게 정말 힘든 경험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가장 큰 지지자이며, 서로가 삶 속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온 맘을 다해서 응원하고 있어요. 왜냐면, 우리는 우리의 형제들의 죽음 이후에 우리가 둘 다 얼마나 우울증과 불안으로 힘들어했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멀리 떨어져 살고,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단지 문자 메시지 만으로도, 다른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교류하는 것보다 훨씬 큰 힘이 되곤 했어요.


저의 작은 소망 하나는, 우울증이나 불안을 경험하는 모든 사람들이, 저의 친구와 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두 발을 찍어서 보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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