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부족한 제 브런치를 구독해주시는 분들이 어느덧 2000명을 넘었네요. 한동안 사는 게 바빠서, 또 힘들어서 글을 쓸 수 없었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전에도 쓴 적 있었지만, 저는 우울하거나 힘이 들 때는 글이 써지지 않더라구요.
그러다가, 힘을 내서 다시 글을 써야겠다고 느꼈던 것이 작년 이맘때에 설리 씨가 사망했을 때였네요. 그때 평소에 생각하던 바를 모아서 <자살은 극단적인 '선택'이 아니다>라는 글을 썼었습니다. 설리 씨는 사망하기 전에도 자해로 병원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서, 고위험군이라는 생각을 늘 속으로 했었던 터라 더더욱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구하라 씨가 걱정이 되는 마음이 커서 글을 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얼마 안 되어서 구하라 씨 또한 자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이후에 바뀐 건 사실 별로 없습니다. 그 글은 지금까지 약 30만 번 조회가 되었고, <정신의학 신문>을 통해서도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지만, 여전히 언론에서는 자살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표현하고 있고 (체감적으로 이제는 오히려 더 많은 기사들이 그렇게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무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묵묵히 제자리에서 글을 쓰는 것뿐이라는 생각으로 틈나는 대로 계속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가 글을 통해 그리고 싶은 풍경은 '따뜻한 진료소'입니다. (저를 포함한) 누구나 넘어서기 힘든 정신과의 문턱을 넘고 나면, 진료소 맞은편에 앉은 의사 (제가 의사여서 의사의 예를 들었지만, 임상 심리 전문가, 상담사 등을 비롯한 모든 정신 건강 관련 종사자 포함)는 누구보다 환자를 위하고, 생각하고,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그 문턱을 넘을 수 있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제가 쓴 글은 스스로 그리는 정신과 의사의 모습에 제가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미국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저 자신을 홍보한다는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더더욱 떳떳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제 경험들과 시각에 대해 글을 써나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제가 그동안 쓴 글들을 묶어서 브런치 북도 두 권 만들어보았습니다. 한 권은 환자들과의 면담을 위주로 묶어보았고, 다른 한 권은 제가 사회를 바라본 시각을 담은 글들을 모아보았어요. 한번 둘러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문의로서 이제 조금씩 여유가 생기는 만큼, 이 곳을 통해서 더 소통을 하려고 노력해보겠습니다. 특히 처음 글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열심히 읽어주시는 구독자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코로나 때문에 다들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인 만큼, 스스로를 잘 돌보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또 다른 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