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널 만나러 갈게

괜찮아.

by 프시케

하루가 바뀌기 전,
아늑한 이불속에 몸을 묻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
가장 안전한 공간.


잠들기 전 짧은 고요 속에서
천천히 명상을 시작한다.



어둠에 익숙해지기 전에
두 눈을 조용히 감고,

의식을 천천히 내 몸으로 옮긴다.



흐흡— 마시고,
흐으— 내쉰다.


가슴이 부풀었다가
천천히 제자리를 찾는다.


몇 번 반복하니
내 안에 부드럽게 공기가 흐른다.



그러다
수련 중 강하게 올라왔던 감정이 다시 떠오른다.


심장 부근이 뻐근하다.


그때도 그랬다.


가슴 언저리가 묵직하게 눌린 듯했고,
오래된 감정들이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호흡을 실어본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그 감정이 머물던 자리로 천천히 다가간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 순간,
불현듯 요가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비틀비틀,
몸이 흔들리고
시선도 흐트러지고
마음까지 따라 흔들렸던 그때.


그 안에서 숨죽이고 있던
작은 아이와 마주친다.



나는 그 아이를 바라본다.


다가가려는 순간,
그 아이는 스르르 사라진다.


몇 번 더 숨을 고르자
장면이 전환된다.






조용히 서 있는 아이의

어깨가 축 늘어져있다.


겉으론 괜찮은 척하지만,
나는 안다.
아이는 속으로 울고 있다는 걸.


기척도 없이
조용히 다가가

그 작은 어깨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는다.



처음엔 흠칫 놀라

부르르 떤다.



하지만 곧
내 뻐근한 마음과

그 아이의 떨림이
서로를 알아보듯 맞닿는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이도 그저 가만히 서 있다.

감정의 온도가
조금씩 식어가길 바라며,
작은 온기와 시선으로 기다려준다.






문득,
내 입에서 한마디가 흘러나온다.

“괜찮아?”

잠시 멈칫하더니
아주 작게,

조용히 대답한다.

“……괜찮아.”

그 말이 누구의 입에서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한마디로
나의 위로가 시작된다.






속상해도,
화를 내도,
불안해도 돼.


어떤 감정이든 괜찮아.



—가슴 어딘가가 간질인다.



완벽을 추구해도,
실수투성이인 모습도,
능력을 인정받지 못해도 돼.


어떤 이미지든,
어떤 모습의 나도 괜찮아.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움직인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가슴 언저리에 눌려 있던 울음이
스르르 빠져나온다.



네가 어떤 감정을 느끼든,
어떤 이미지를 가지든,
어떤 모습이든 간에—


항상 너를
온전히 바라봐주는 단 한 사람이
이제는 존재해.


그러니까
모두 다 괜찮아.

또 만나러 올게.






두 눈을 뜨니
흐릿하게 천장이 보인다.


촉촉해진 눈가를
쓱 닦아내고 다시 눈을 감는다.

살짝이나마

웃고 있던 그 아이를 떠올리자
몸에 힘이 툭 빠지고


의식이
멀어져 간다.

이전 09화완벽해지고 싶었던 게 아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