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해지고 싶었던 게 아니었구나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

by 프시케

이미지가 금이 간 그날 이후, 질문 하나가 맴돌았다.


‘왜 그렇게까지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는 나로 보이고 싶은 걸까?’

대답해 주는 이는 없었지만,
그 질문이 계속 마음을 두드리다 보니
어느 순간, 안에서 조용한 목소리 하나가 대답해 왔다.



'무능력한 나를 보여주고 싶지 않아.'


그 속삭임을 시작으로,
갇혀 있던 목소리들이 날 것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흔들리는 나를 감추고 싶어.


불안한 나를 들키고 싶지 않아.


조금이라도 부족해 보이면 안 돼!


그건 욕심이라기보단,
살아남기 위한 전략에 가까웠다.






기억을 더듬는다.
시험지 위, 빨간색 동그라미 속
눈에 띄는 빗금 하나.


나는 그날,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되뇌며

어떻게든 불안을 눌러보려 애쓰고 있었다.


'이건 실수였어.'
'다른 문제는 다 맞았어.'
'이번 시험 어려웠대.'


그리고 엄마 앞에서 시험지를 펼쳤을 때,
돌아온 말은 예상대로였다.


“95점? 실수도 실력이야.”



미리 연습한 시나리오였지만,

그 대사에 반응한 내 감정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건지—

심장이 툭 하고 떨어졌다.






나는 세 남매 중 첫째였다.

둘째는 어릴 적 약해서 병치레도 잦았고,

막내는 아직 어려 보살핌이 필요했다.


아빠는 늘 회사일로 바빴고,

엄마는 내게 기대를 걸었다.


가족의 분위기를 읽었던 나는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의 역할을 만들어냈다.


'나는 누가 돌보지 않아도 알아서 해야 해.'

'나는 엄마 아빠를 걱정시키지 말아야 해.'

'무엇이든 잘해야지 부모님의 관심을 받을 수 있어.'



그 믿음은 아주 조용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내 안에서 자라났다.






그 후로 나는 스스로를 채근했다.
실수하지 않도록.
흔들리지 않도록.
다른 사람보다 앞서 있도록.

그 이미지 속에서 나는
항상 여유롭고, 똑똑하고, 완벽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되어야만 했던 나였다.


그 이미지가 무너지면,
나라는 존재도 함께 사라질 것만 같았으니까.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나는 완벽해지고 싶었던 게 아니라,

사랑받고 싶었던 거구나.


흔들려도 괜찮다,

안심받고 싶었던 거구나.



완벽함은 나를 지키는 갑옷이었고,

그 아래엔

작고 조심스러운 아이가 있었다.



요가 중 균형을 잃고 흔들리던 그날,

나는 스치듯,

그 아이를 조금 본 것 같다.


작고 말없이, 조용히 서 있던 나.


이제는 말을 걸고 싶어진다.



그토록 오랫동안 말 걸지 못했던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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