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신의학신문 Oct 17. 2017

자주 불안한 나, 혹시 공황장애?


[정신의학신문: 신승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즈음, 대중매체에서 여러 연예인의 공황장애의 투병 고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그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삶의 나락까지 떨어지는 듯한 공포, 삶의 반경이 점차 좁아지는 데 대한 두려움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항상 밝고 건강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저 배우가, 저 가수가 죽을듯한 공포감을 느꼈다는 공황장애라는 병이 과연 무엇일까? 내가 경험했던 증상이 혹시 공황장애는 아닐까? 의문을 가졌던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주변에서 ‘예민하다’는 평을 자주 듣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겪었던 불안감이 공황장애라고 확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상적인 불안의 경험과 공황장애는 구별되어져야 한다. 일상적인 불안감은 다분히 일시적이며, 장기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물론 치료도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공황장애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 잦은 불안발작으로 인한 두려움, 그로 인한 만성적인 불면, 긴장, 일상생활의 제약 등이 삶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 신체기능의 지휘센터 : 자율신경계 autonomic nerve system

일상적인 불안과 공황장애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몸의 신체기능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 autonomic nerve system 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율신경계는 크게 교감신경계  sympathetic nerve system 와 부교감신경계 parasympathetic nerve system 으로 나뉜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에는 격렬한 운동, 싸움 등을 할 때 몸 안에 저장된 에너지를 발산하고, 심장이 빠르게 뛰도록 만들어 체내의 순환을 촉진하고, 호흡의 빈도를 높여 산소 교환을 빠르게 하는 일련의 신체의 반응을 통해 활동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메커니즘이 자리다. 이러한 상태를 교감신경계 활성화 sympathetic nerve system activation 라 부른다.

신나게 질주하기 위한 액셀레이터가 있다면, 멈출 수 있는 브레이크가 있기 마련이다. 자율신경계에도 브레이크가 존재한다. 흥분된 자율신경계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부교감신경계 parasympathetic nerve 가 저절로 작동되면서 격앙되고 흥분된 몸 상태를 가라 앉힌다. 두 신경계는 마치 시소의 양 끝에 앉은 것 처럼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교감신경계는 신체적 활동뿐만 아니라, 격렬한 심리적 스트레스 혹은 위험이 예견되는 상황이라는 인식이 있을 때 동일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민한 사람은, 위기의 상황이라는 인식만으로도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 가슴 두근거림, 식은땀, 몸의 긴장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번 버스를 탈 때 느꼈던 갑갑함이, 다음 버스를 타려고 할 때 동일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이 격렬한 교감신경 항진 증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교감신경 항진 증상은 살아가면서 대부분의 사람이 겪는 일이다. 한 두 번의 경험이 있다고 해서, 공황장애 증상이나 공황발작으로 진단 내리지는 않는다. 대개 ‘나도 공황장애인가?’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 중에는, 정상적인 반응에 대해 오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강렬한 불안 발작 : 공황발작 panic attack

위 증상에 더해서, 증상으로 인해 ‘이러다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 기절할 것 같은 느낌, 증상으로 인해 미쳐버릴 것 같다는 ( 정신병이 생겨날 것만 같다는 )심한 두려움이 짧은 시간 (대개는 30분~1시간 이내) 에 함께 나타날 경우 공황발작이라고 지칭한다.

물론, 공황발작의 발생은 공황장애로 발전하는 경과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신호일 수 있지만, 공황발작만으로는 공황장애로 진단하지 않으며, 30%가량은 한 번 겪고 나서 삶에서 다시 경험하지는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의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한순간 숨이 쉬어지지 않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는 증상을 경험하더라도, 반복되거나 큰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다면, 공황장애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이 경우에는, 충분한 휴식과 이완이 자체적인 부교감신경계의 활성화를 만들어 내어 평상시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 삶 전반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 공황장애 panic disorder

만약, 공황발작 증상이 반복됨과 동시에, 만성적인 불면, 불안감 등이 나타나고 이로 인한 두려움과 공포로 인해 생활 반경의 위축이 나타날 경우 공황장애의 발생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공황발작은 그 순간이 두렵지만 짧게 지나가는 급성기 증상이라면, 공황장애에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만성적인 생활의 제약 및 우울증 등의 병발 질환이다.

잦은 공황발작은 마음속에서 ‘어느 장소, 어떤 때든’ 안심할 수 없다는 생각을 만들어낸다. 특히 좁은 차 안, 답답한 버스나 지하철 안과 같은 일반적인 사람들 불편해할 장소는 더욱 회피하게 된다. 이러한 두려움으로 외출이 점차 줄어들고, 타인과의 약속도 거부하기 시작한다. 좁아진 삶의 반경은 자괴감과 무기력감, 괴로움을 자아내며, 우울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공황장애의 늪에 빠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 글을 맺으며

공황장애는 知彼知己면 百戰不殆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질환 중의 하나이다. 경험하는 증상의 오해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심리적 요인이 괴로운 공황장애 증상을 유발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경험하는 일상적인 불안감이 그 강도나 빈도에서 공황발작 혹은 공황장애를 의심할 만한 수준이라면, 조기에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병이 만성화된 경우보다 경과나 치료 기간 및 비용 등에 있어서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정신의학신문 바로가기

www.psychiatricnews.net



작가의 이전글 정부는 왜 의사의 부도덕성을 강조하고 홍보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