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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크림빵 Apr 04. 2020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기

심리학자가 실천하는 몇 가지 방법들

Photo by Linus Nylund on Unsplash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침투한 지 2개월째, 여러분은 2020년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생활은 단조로워지고 기분을 다루는 것도 이전보다 어렵게 느끼시진 않을지요. 또 직장인, 자영업자, 프리랜서 할 것 없이 생존을 위협받는 경제 상황 속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는 얼마나 힘든지요. 저 역시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자발적 격리를 하게 되고, 1인 가구 직장인이므로 일상은 무료해지고 직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이 불쑥 지나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기에 몇 가지 개인적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1. 우울: 단조로운 생활 다루기


- 가까운 이들과 연락을 지속하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터놓을 친구, 애인, 동료들과 직접 만나는 일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우리에겐 전화나 메시지 연락뿐만 아니라 페이스톡도 할 수 있는 시대에 있습니다. 그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에게 한번 연락을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반가운 목소리를 듣고 또 이 시국은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는지 이야기하며 '연결되어 있음'을 충분히 느껴봅시다.


-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의 홈트레이닝, 햇빛이 충분한 오후에 산책하기

헬스장, 암벽등반장, 요가원이 잠시 문을 닫기도 합니다. 신체적 활동은 스트레스를 관리해주고 무거운 감정들을 해소해주는 건강한 방법입니다. 특히 유튜브에는 간단한 스트레칭부터 요가, 타바타까지 혼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할지 모르지만 하고 나면 뿌듯함과 개운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홈트레이닝이 부담스럽다면 햇빛을 충분히 쬐기 위해 식사 후 잠깐 산책하기 부터 시작해도 좋겠습니다.


- 나를 위한 일과를 계획하기

집에만 있다 보면 하루가 금세 갑니다. 월요일 퇴근 후에는 충분히 휴식하는 게 목표인지, 휴식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화요일에는? 주말에는? 나름의 계획을 세워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휴식'이 아니라 단지 무료한 저녁을 보내고 있지는 않나 고민해봅니다. 나를 위한 휴식에는 침대 속에서 인터넷 기사를 읽는 것 말고도 많은 방법들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연락하기, 산책하기, 홈트레이닝을 고려해볼 수도 있고 추천받았던 책이나 영화를 읽고 일기를 써볼 수도 있겠습니다. 저에게는 격리된 주말에 이렇게 글을 쓰는 게 어쩐지 뿌듯하고, 스스로에게 뿌듯함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에 충분히 칭찬하려고 합니다.


2. 불안: 시시때때로 커졌다가 작아지는 걱정 다루기


- 걱정시간 갖기

혹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건 아닌지, 곧 무급휴가를 권유받지 않을까 쉽게 불안해지진 않으신지요. 기분이 가라앉을 때에는 사소한 걱정도 늘기 마련이고, 이 시국이 지속되면서 불안해지는 것은 당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룰 수 없을 지경으로 불안이 커진다면 '걱정시간'을 가져볼 수 있습니다. 사실 불안해한다고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면 불안은 지속되기 쉽습니다. 그러니까 불안이라는 놈은 이도저도 못하게 한다는 것인데, 이럴 때 걱정시간이 도움이 됩니다. 일단 불안이 너무 심해지고 있다는 걸 느끼면, '이따 저녁 11시에 걱정시간 때 마구마구 걱정하자'라며 미룹니다. 시간은 내가 편한 시간대에 10분, 20분 나름대로 정해봅니다. 그 시간이 되면 걱정거리를 지칠 때까지 적어보고 시간이 끝나면 다음 걱정시간까지 미뤄둡니다. 실제로 내담자분들은 걱정시간을 갖기로 스스로 다짐하는 것이 당장의 불안을 줄여주고, 하던 걱정이 잠깐 사라졌다고 이야기합니다.


- 감각으로 돌아가기

걱정시간과 마찬가지로, 불안이 걷잡을 수 없다고 '느껴지기' 시작하면 일단 새로운 신체감각을 느끼며 지금/여기로 돌아옵니다. 잠깐 창문을 열고 바람을 쐬기, 찬물로 손씻기, 무엇이든 좋습니다. 잠깐 감각으로 돌아가는 것은 지금 현재의 실재하는 감각에 몰두하게 하고, 미래를 걱정하며 오는 불안에 머물지 않게 해줍니다.


- 부정확한 정보에 휩쓸리지 않기

바야흐로 가짜뉴스와 카더라가 많은 시대입니다. 출처나 근거가 부정확한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는 지금, 너무 많은 정보를 흡수하는 것보다 차라리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것이 나을 지경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비말 감염이 주요한 감염 통로이고 마스크 사용과 손씻기면 충분합니다. 그 외의 안전 식품이나 안전 수칙들은 큰 효과가 없습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내과 관련 전문가, 재난문자 등의 발표에 집중하도록 합니다. 그 이상의 정보들은 무의미하며 불안만 키울 수 있습니다.


-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기

불안은 내 안에서 시작되기도 하지만 고용 불안, 생계 불안처럼 외부에서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외부 상황은 견고해 보이고 당분간은 이 사태가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마법처럼 사라지진 않을 것이고 내가 어찌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나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내가 다룰 수 없는 문제는 받아들이되, 훗날 후회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시도해보기로 합니다. 정부에서 계획하고 있는 긴급재난지원금에 해당하는지 확인해보고, 혹시  다니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심리 지원 프로그램은 없는지, 실업급여가 연장되진 않는지, 나와 비슷한 동료는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노력이 허사일 수도 있겠지만 해볼 수 있는 건 해봤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나는 포기하지 않았고 할 수 있는 노력을 했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격려해줍니다.



  우리 모두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있지만 그럼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병상이 모자란 대구의 확진자를 전라북도에서 기꺼이 치료하고, 판로가 막힌 강원도의 감자를 전국에서 주문하는 소식들을 듣습니다. 어김없이 봄이지만 여전히 겨울 같은 이 시기에 서로에게 보내는 응원과 연대가 희망을 꿈꾸게 합니다.


제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을 주시고,

제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주시며,

그리고 그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내려주소서

- 라인홀드 니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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