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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레미 Sep 18. 2024

꽃피우는 나무가 될 수 있을까?


가진 게 없어서 불안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내가 가진 것들을 지키고 모으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마치 그게 내 자존감을 지키는 일인 것처럼, 내가 가진 것들을 모으고 방어하는 것이 안정감을 준다고 믿었다. 



하지만 문태준 시인의 '꽃을 나눠주고도 줄어들지 않는' 나무 이야기를 읽으며 나에게 물었다. 나는 왜 그렇게 움켜쥐고 있는가, 그리고 정말로 더 많은 것을 모아야 안심이 되는가?



그 나무는 굽어지고 꺾였지만, 끝까지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나눠주면서도 줄어들지 않는 꽃들은 마치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존재일까? 

내가 가진 게 많지 않아서, 아직 준비되지 않아서, 누군가에게 나눌 여력이 없다고 늘 생각했다.    

하지만 이 시를 통해 깨달은 것은, 나누는 것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순간 나를 더 풍요롭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기브 앤 테이크'에서 애덤 그랜트가 말한 기버(Giver)의 개념도 같은 맥락에 있다. 그가 말하는 기버는 자신이 먼저 주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주는 과정에서 그들은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나눔이 그들 자신을 더 크게 만든다


"기버는 다른 사람의 성공을 위해 기꺼이 도우며, 그 과정에서 자신도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 애덤 그랜트, '기브 앤 테이크'


나 또한 나누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겠다.   

 내가 가난하다고 느꼈던 것은 물질적인 부족이 아니라, 나누지 못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꽃을 나눠주는 나무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내어주고 싶다. 그것이 사랑이든, 시간이든, 또는 내 마음 속 작은 진심이든, 더 이상 움켜쥐지 않기로 다짐했다. 



나눔 속에서 나 자신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어쩌면 내가 진짜 원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더 이상 내가 가진 것을 보호하는데만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나누면서 줄어들지 않는 것들, 그게 내가 진정 소유하고 싶은 것임을 이제 알겠다.


"이리저리 굽어 꺾였지만 천공(天空)을 향해 뻗어가는 한 그루의 나무가 있었다. 평범한 대기 속에 꽃을 나눠주고 있었다. 꽃을 나눠주고 나눠주어도 꽃이 줄어들지 않는 꽃나무가 있었다. 어두운 예감이라곤 조금도 없는 색채였다. 간혹 나처럼 음색한 사람에게는 제일 높은 곳의 꽃을 내려주었다. 가도 가도 우리르면 꽃나무 아래였다."

(출처: 문태준, 「먼 곳」, 『꽃 피우는 나무에게』, 2012, 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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