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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레미 Sep 22. 2024

엄마의 전화벨, 그리고 나의 가을

'따르릉' 집전화가 울린다.

받지 않아도 안다.

'엄마'다.

우리 집 전화는 '엄마'를 위해 존재한다.


핸드폰을 두고 집으로 전화하는 엄마의 마음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그녀는 궁금한 것이다.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내가, 우리 가족이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이해받고 연결하고 싶은 것이리라 짐작한다.


구속 같아서 싫을 때가 더 많았다.

나의 내적 갈등의 많은 부분에 '엄마'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종종 엄마를 생각하면 울컥해지기도 한다.

지난번에 쓴 글도 그러하다.


https://brunch.co.kr/@psyfriend/8


오늘 아침도 갑자기 눈물이 차오른다.

눈에 눈물이 먼저인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게 먼저인지


'안녕 할부지'에서 강할부지가 텃밭에서 엄마를 회상하며 

눈물을 쏟아내던 장면이 먼저인지...


어느 순간,

익숙하던 전화벨 소리가 내 마음을 울리고 있었다.


엄마가 이 세상에 안 계신다...

매일 울리던 전화의 침묵으로 더욱 선명해진다.

더 이상 받지 않는 전화번호를 눌렀을 때

팥죽을 먹을 때면 

오리탕을 먹을 때면

호박조림을 먹을 때면

더 이상 맛볼 수 없는 그 맛을...


선배 언니가 친정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엄마가 주신 마지막 김치통을 꺼내면서

목놓아 울었단다.


브런치 작가님들은 정성 가득 잘 빚어낸 글을 올려주시는 것 같은데

나라는 사람은 

울면서 지금도 키보드를 친다.

엄선되고 정갈하지 못한,

고춧가루 팍팍 뿌려 막 비벼내는 생채 같은 글을 쓰는 내가,

설익은 감정들로 버무려 쓰는 내 글을 생각하며

눈물과 콧물을 닦아 낸다.


일요일 아침, 엄마 전화 한 통에 

눈물을 쏟는 나이가 되었구나...

가을, 그리움이 스며드는 계절!


#엄마#엄마의전화#왈칵#어느날#엄마없는날#엄마의흔적#생각만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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