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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레미 Sep 24. 2024

사랑의 씨앗, 치유의 꽃을  피우다.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밀린 숙제 하나가 떠올랐다. 


중학교 1학년 딸이 '생리학' 수업에서 

부모님의 사랑과 임신,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오라는 숙제였다. 


마음 한편이 묵직해졌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문득, 그 남자와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그때 그 장소, 그 순간, 그 감정. 나와 그는 참 닮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달랐다. 

나는 자주 이사 다니며 부모님의 다툼 속에서 자랐고, 그는 한 곳에 쭉 머물렀다. 

동네에 친구가 없어서 개 한 마리만이 그의 유일한 친구였다고 했다. 

우리는 각자의 외로움 속에서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나의 가정 환경을 그에게 솔직히 털어놓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때 그가 나를 보고 했던 말, "명절이면 많이 외로우셨겠어요."


 그 한마디가 내 마음에 잔잔히 스며들어, 결국 우리는 결혼에 이르게 되었다. 

그의 서툰 진심과 투박한 모습이 나에게는 진실하게 다가왔고, 그게 사랑이었다. 


어떻게 결혼했냐는 질문에 뚜렷한 답을 내놓기란 쉽지 않다. 많은 부부가 그렇지 않을까.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가장 감사한 것은 나 자신을 치유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아이를 품에 안고 마음껏 사랑하며, 나는 어린 시절 느꼈던 결핍을 조금씩 메꿔가고 있었다. 

아이를 통해 부족했던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런 나의 사랑이 특별할까. 

엄마도 나를 그렇게 사랑했을 것이다

어릴 땐 미처 몰랐지만, 

이제는 투박했던 엄마의 말과 행동이 깊은 사랑의 표현이었음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내 딸이 두 팔 벌려 내 품에 안길 때, 아니, 어쩌면 내가 그 아이에게 안기고 있을 때, 

그 순간은 언제나 가슴 벅차다. 

이게 부모가 되어 느끼는 치유일까.


나는 세상의 아이들을 모두 안아주고 싶다. 

내가 어렸을 때 그토록 바랐던 따뜻한 품을 그들도 원하고 있을 테니까. 

그 품이 그리운 아이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아줌마도 어렸을 때 결핍이 있었단다. 그 결핍이 씨앗이 되어 뿌리를 내리고, 이파리를 피우고, 꽃을 피우게 되더라. 그러니 함께 이 씨앗을 잘 키워보자."


사랑은 그렇게 나를 치유했고, 또 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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