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백지에 쓴 까만 희망
어줍잖은 글자 몇 개보단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에
글이 더 잘 써진다
하얀 종이
척박한 땅 아래
내가 좋아하는 씨앗들을
심어본다
가진 게 없다
불평할 바엔
날 백지라 생각하는 편이다
내 안의 좋은 단어와
내 삶의 불필요한 단어들을 솎아낸다
가장 포기하고 싶을 때
가장 살고 싶을 때
나는 하얀 세상에
까만 희망을 써 내려 갔다
그 세상은 아름다웠고
때로는 같잖을만큼 비루했다
다행히 아무도 몰라
그래서 아름다운지도
같잖은지도 아무도 몰라
그래도 친구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당신을 만났습니다
이렇게요
당신의 까만 희망은 무엇인가요
적어봐요
하얀 세상이 비춰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