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이 메말랐던 적이 있다
뭘 해도 잎이 나지 않던 시절
내 마음 속
앙상한 가지 사이로
냉혹한 바람만 불었다
그런 나와 대화할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었다
하지만
그 대화는 나를
마구잡이로 일그러뜨렸다
넌 이게 부족하지?
너무 화나,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저런 사람 딱 질색이야 재수없어
나는 비난의 화살을 상대에게 겨누었다
어설픈 궁수였던 나는
화살을 쏘다 오히려 내가 다치기 일쑤였다
독선은 가까워졌다
그런 나를 바꾼 건
두 가지였다
불안을 안아주고
걱정을 사랑했다
너 불안하구나
너 걱정스럽지
많은 것이 바뀌었다
오늘을 만족했고
내일을 감사했다
내가 하는 일
그리고 내게 주어진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깨달았다
그때부터
내 삶을 혐오하는 걸 멈췄다
또 다짐했다
적어도 부정한 일을 저질러
스스로를 나무라게 만들지 말자
부정한 일로 내 삶을 세상에 빌려주거나
팔아버리진 말아야지
고귀한 가방을 든 것처럼
삶을 우아하게 모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