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ate

불안을 안아주고 걱정을 사랑했다

by 노푸름

소망이 메말랐던 적이 있다

뭘 해도 잎이 나지 않던 시절


내 마음 속

앙상한 가지 사이로

냉혹한 바람만 불었다


그런 나와 대화할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었다

하지만

그 대화는 나를

마구잡이로 일그러뜨렸다


넌 이게 부족하지?

너무 화나,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저런 사람 딱 질색이야 재수없어


나는 비난의 화살을 상대에게 겨누었다

어설픈 궁수였던 나는

화살을 쏘다 오히려 내가 다치기 일쑤였다


독선은 가까워졌다


그런 나를 바꾼 건

두 가지였다


불안을 안아주고

걱정을 사랑했다


너 불안하구나

너 걱정스럽지


많은 것이 바뀌었다


오늘을 만족했고

내일을 감사했다


내가 하는 일

그리고 내게 주어진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깨달았다


그때부터

내 삶을 혐오하는 걸 멈췄다

또 다짐했다


적어도 부정한 일을 저질러

스스로를 나무라게 만들지 말자


부정한 일로 내 삶을 세상에 빌려주거나

팔아버리진 말아야지


고귀한 가방을 든 것처럼

삶을 우아하게 모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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