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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푸름 Nov 16. 2019

할머니가 보내준 위로

할머니도 저렇게 위로 받았을까

화장터에는 다양한 슬픔이 고여있었다. 생떼 같은 아이를 떠나보낸 부모, 남편을 떠나보낸 아내. 교복을 입은 아이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와 같은 날에 죽었구나. 모두 나처럼 슬프겠지.’

상투적인 생각들로 공허한 시간을 채운다. 희한하게도 어떤 생각을 하든 그리움에 눈물이 났다. 모든 생각은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으로 귀결됐다.

     

함께 화장터를 따라온 친척 오빠의 어린 딸은 그런 나를 따라온다. 유독 나를 좋아하고 따르던 아이였다. 그리곤 천진한 얼굴로 내게 말을 건다.  

“고모, 또 운다.”

“아니야. 고모 안 울어요.”

말과 다르게 눈에선 눈물이 흘러나왔다.

“고모, 왜 울어?”

“할머니가 보고 싶어서.”

“할머니 어디 가셨어?”

“응. 할머니가…멀리 하늘나라 가셨어.”

“그러면 할머니 못 봐?”

“할머니 이제 못 봐. 그래서 너무 슬프다…”

눈을 찡그리자 굵은 눈물이 볼 위에 떨어졌다.

세아는 아직 죽음이란 정체를 모르는 듯하다. 나도 그 정체를 몰랐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아프지 않을 텐데.

“고모, 울지 마. 세아가 웃게 해줄게. 자~ 이거 봐봐.”

내게 시크릿쥬쥬 스티커를 보여주었다. 세아는 내게 가장 아끼는 스티커를 떼어 주었다. 나는 스티커를 받고 세상 가장 행복한 듯 리액션을 해주었다.      

세아의 모습을 보니 아주 옛날에 할머니가 떠올랐다.


내가 어린 시절 할머니는 가끔 서러움에 눈물을 흘릴 때가 있었다.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벌을 받나. 내가 무슨 죄가 있어서....”

할머니는 타령을 부르듯 우셨다. 노래와 울음 그 사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따라 슬펐다.     

“할머니. 울지 마. 푸름이가 호강시켜줄게.”

“그려. 내가 네 때문에 산다.”

나는 할머니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대게 할머니의 눈물은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할머니를 위로해 줄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유치원에서 배운 동요 수록곡 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

“할매, 푸름이가 노래 불러줄게.”

“노래?”

“복숭아꽃~살구꽃. 아기 진달래~”

“아이고. 내가 푸름이 때문에 산다니께.”

그렇게 할머니는 눈물을 그쳤다. 다시 걸레를 집어 방을 구석구석 닦으셨다.     


내가 세아를 사랑스럽게 보는 것처럼 할머니도 나를 사랑스럽게 보았을까. 지금 나처럼 다시 살아갈 힘을 냈을까. 할머니가 받았을 위로를 생각하며 내게 세아를 보내준 게 아닐까.      

마음이 포근해진다. 할머니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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