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지 않는 돌에는 이끼가 끼고,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한 자리에서 오래 머물러 활력이 없어지면, 물도, 사람도, 기업도, 결국 쇠퇴한다.
샘물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반해, 돌우물은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다. 샘물이 없는 마을에서는 우물을 파서 식수로 써야 했다. 무릇, 우물 맛이 좋아야 마을의 인심이 좋았다.
행여라도 지하수가 솟아나면, 사람들은 돌우물을 퍼내려고 두레박을 던져 끌어올렸고, 도르래를 달아 올리기도 했다. 우물 속의 물이 정체되지 않고, 항상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다. 대보름 일주일 전에는 우물물을 모두 퍼내어 우물 청소도 하고, 새로운 물을 고이게 하는 정제도 지냈다. 그 시절에도 집단지성은 존재했다.
4년 차인 주식회사 돌우물도 고인 물이 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더 이상 대표이사 1인의 개인기에 의존하지 않는다. 어느새 공채 기수들의 브레인스토밍, 난상토론, 실전경험이 한 데 합쳐져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구성원 모두에게 생존 DNA가 탑재되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프랜차이즈 시장은 연간 매출 총액이 120조 원을 넘어서는 빅 마켓(Big Market)으로 성장했다. 2022년 기준 가맹본부 수는 2,800개 이상, 브랜드 수로는 4,400개가 넘는다.
시장 규모에 걸맞게,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경쟁은 치열하다. 가맹본부들의 3년 내 생존율은 약 50%, 7년 내 생존율은 25%에 불과하다.
본사의 운영 능력과 신뢰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가맹점에 대한 본사의 갑질, 원가 떠넘기기 등 피해사례로 인해 프랜차이즈업 자체에 대한 이미지마저 부정적이다. 대기업이 아닌 이상, 본사의 평판 관리에 문제가 생기면, 이는 곧바로 기업의 생존 위기로 이어진다.
프랜차이즈업은 노동집약적 특성이 있다. 그런데, 노동인구가 급감세이고, MZ세대는 노동을 기피하는 성향까지 있다고 하니, 함부로 뛰어들었다가는 망하기 십상이다. 송사나 각종 사건에 연루될 가능성도 크다.
돌우물도 3년 사이 많은 부침(浮沈)을 겪었다.
법인 설립 초기, 코로나 팬데믹으로 배달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다. 떡볶이, 국밥, 짜글이를 비롯한, 간편 조리 음식 전문 배달 프랜차이즈로 사업을 시작한 돌우물에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온 적도 있었다.
독특한 캐릭터와 함께 탄생한 쏘크라테스 떡볶이는 때마침 나훈아의 테스형 인기까지 등에 업고, 불과 수개월 만에 100호 가맹점을 내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팬데믹은 영원하지 않다. 남의 불행이 나의 기쁨인 시간이 오래 지속될 수는 없는 법이다. 역병이 잠잠해지자, 배달시장에도 조금씩 거품이 걷히고, 떡볶이로 대표되던 배달 전문 프랜차이즈 회사들의 사세도 줄어드었다. 매출이 반토막 난 기업, 아니, 이미 폐업에 이른 기업도 부지기수다.
세상이 변하면, 산업 패러다임도 변하기 마련이다. 변화의 타이밍을 잘 읽고, 한발 먼저 준비하는 기업에는 새로운 성장 기회가 열린다.
어느덧 소비자들은 온라인과 콘텐츠를 통해 음식을 먼저 체험한 후, 오프라인 소비에 나선다. SNS와 모바일 환경에 적응한 프랜차이즈 기업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더해, 새로운 아이템(메뉴)과 특유의 브랜드 캐릭터,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이라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또한, 프랜차이즈 전문기업은 진입장벽이 낮다. 외주 생산(OEM)과 3자 물류(3PL)를 적극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걸 뒤집어 보면, 기업의 중요한 의사 결정권이 기업 외부에 의해 좌우된다는 얘기가 된다.
생산 공장이 제품 생산원가를 올리거나, 운송회사가 물류비를 올려버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본사, 가맹점,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다행히, 임 대표는 새로운 가치사슬(Value-Chain, 기업활동에서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과정)을 만들어 내고, 이를 빠르게 내재화하는데 두려움이 없었다. 역시, 기업가정신이 투철한 청년 CEO 답다. 혁신하는 기업만이 지속적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그는 고심 끝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육가공, 소스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식품공장을 직접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물먹는 하마, 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표현이 어울릴 만큼, 공장에는 생각보다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그간의 영업수익금은 물론이거니와, 기업대출금, 대표의 개인자금까지도 투입됐다.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으리라.
얼마 전부터 돌우물 공장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다행이다. 가맹점 납품만으로는 절대 달성할 수 없는 결과다. 문전박대를 당해도 또 찾아가고, 대기업에도 과감하게 발주를 넣었다. 부정적 피드백이 오면, 오히려 품질을 향상할 기회로 삼았다. 그렇게 1년여 시간을 버텼다. 돌우물의 미래가치를 알아본 정책금융기관의 지원도 가뭄의 단비였다. 계속 문을 두드린 결과였다.
임 대표는 첫 주력 브랜드의 위기를 겪은 후에야 회사를 탈바꿈시킬 수 있었다. 위기(危機)를 기회(機會)로 읽은 것이다. 물론, 그냥 되는 일은 없었다. 그는 지금도 치열한 고민과 시행착오, 과감한 투자를 거듭하는 중이다.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어선 회사는 자사 브랜드의 제품 매출과 무관하게 생존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가맹점 이외의 기업에 대한 제조 매출 비중이 70% 수준까지 올라섰다. 인테리어팀의 외부 수주액도 크게 늘어 이제는 대기업과도 업무협업을 하게 됐다. 마케팅팀 역시 광고를 수주하고, 다른 신생기업의 브랜드를 기획/런칭할 만큼 흡수역량이 높아졌다.
명색이 디지털 마케팅 기반 기업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프랜차이즈 기업이라기보단, 디자인 전문기업, 지식재산(IP) 기업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누구나 좋아할 만한 브랜드 캐릭터를 이미지화하고, 웹툰형 스토리로 캐릭터를 성장시켜 나가고 있으니, 세계관마저 궁금해진다.
무엇보다, 돌우물의 행보가 계속 나의 예상을 벗어난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커피 브랜드 ‘와드’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저가 커피 시장은 몇 안 되는 소수의 지배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어 신생 브랜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커피를 선택하는 기준이 원두(맛), 가격 이외에 캐릭터(IP)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임 대표의 목표는 2,000호 매장이다.
그가 프랜차이즈 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기업인이 되기를 소망한다. 재미있고 유쾌한 브랜드 캐릭터를 계속 만들어 내고, 가맹점과 함께 성장하는 CEO, K-FOOD 브랜드를 해외로 수출하는 디자이너로 성장하면 더할 나위 없겠다.
예로부터 한 마을의 건강과 풍요를 책임지던 돌우물은, 지금도 샘솟아 움직이는 중이다. 억지로 물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고이지 않는 물, 계속 길러지고 날라지는 물, 돌우물의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