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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용 Dec 27. 2020

명상과 달리기, Day 251

말하자면 '비장소'가 '장소'로 변해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 명상과 달리기 Day 251

2020년 12월 26일 토요일 오전 8:20~8:58

아침 명상, 38분 달리기. 


눈을 뜨자마자 잠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하고, 쏟아지는 잠에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집안일을 하고 나니 한 시간 가량이 훌쩍 지나고 만다.


말 없이 호흡을 하고 밤 사이 쌓여 있던 설거지 거리를 달그락 거리며 씻고 청소기를 돌리는 동안, 몸에서 나는 소리, 건물에서 나는 소리가 유난히 더 크게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 춥지 않은 날씨에도, 얇은 옷을 차곡차곡 겹쳐 입고 달리기에 나선다. (아주 얇게만 입거나 마냥 두꺼운 것을 하나만 걸치는 식으로 입었다간 땀을 흘린 뒤 몸이 식어가기 시작할 때 대책이 없을 것이다.)


오늘도 역시 최대한 입을 벌려 숨쉬지 않기를 시도해보는데, 쉽지 않다. 마스크를 쓰고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얼마 전부터 귀에 걸쳐 쓰는 형태의 마스크가 아닌 바클라바 비슷한 형태의 착 달라붙는 마스크를 끼고 달리기 시작해서 더욱 그런 듯 하다.


주말 아침. 경복궁 담장길을 따라 걷거나 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다시 한 번, 약 30도 가량의 각도로 지면에 닿는 - 넓은 실내 공간 안에 있었다면 깊은 곳까지 비치는 빛을 느낄 수 있었을 - 햇빛으로부터 큰 즐거움을 얻으며 달려본다. 


한편, 매일 반복하는 달리기를 이루는 두 세 가지 러닝코스는 시간이 점점 더 쌓일수록 하나의 '장소'가 되어간다는 느낌이다. 이 동네에서 살아간 지 이제 15년이 다 되어가지만,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매일 집 주변을 열심히 뛰어다닌 뒤부터 확실히 좀 더 이 공간에 각별해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말하자면 '비장소'가 '장소'로 변해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 오늘 명상과 달리기 일지 & 노트 쓰기에는 11분이 걸렸다.

** 매일 명상과 달리기를 한 지는 251일 째.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28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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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 @one_day_one_run. 포스팅에 첨부하지 못한 여러 장의 사진과 영상을 함께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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