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달리기, Day 143.

아침 달리기의 감각이 가물가물해져간다.

by 박재용

### 명상과 달리기

2020년 9월 8일 화요일 오후 9~10시

아침 명상, 10분 준비, 약 40분 달리기, 5분 명상


아침 달리기의 감각이 가물가물해져간다. 크런치 모드 기간 중의 기록으로 보건데, 저녁 혹은 밤 달리기 이후에 업무를 지속하는 것은 극도로 어렵다. 달리기와 샤워, 일지 작성 후 내적 갈등을 건너뛰고 곧장 수면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 아닐까 한다.


오늘은 얼마 전에 주문한 "Calmer"라는 일종의 청각 향상도구가 배송되어 달리기 중에도 착용한다. 실리콘 재질로 마치 구멍 뚫린 귀마개처럼 생긴 이 도구는 이갑개(耳甲介, concha)에서 발생하는 음향의 공명을 제거한다(고 한다). 이갑개는 귓구멍이 시작되는 부분에 오목하게 패여있는 부분을 말하는데,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생존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기 위해 2~8 kHz의 음향을 증폭하는 역할로 발달하게 되었다.


어쨌거나, "Calmer"라는 도구는 외부의 음향이 이갑개에 부딪혀 반향을 일으키지 않고 곧장 청각계로 전달되도록 해주는 일종의 보조 도구다. 인간의 귓구멍이 반향하여 증폭하는 중음역대의 음향들은 21세기 인간에게는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은 '소음'이기 때문에.


과연 효과가 있을지 약간의 의문을 품었지만, 놀랍게도 효과가 있다. 보통 때는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 등에 가려 잘 들리지 않던 골전도 헤드셋의 소리가 꽤 선명하게 들리는 것이다. 나처럼 답답한 사람이 많은지 적지 않은 마스크-달리기 인파로 붐비는 경복궁 담장을 따라 달린다.


이제 가을이라 생각하며, 오늘은 긴팔 상의를 입고 달린다. 마침 공기 또한 그리 차갑지는 않다. 혹은, 달리는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어 차가운 공기를 느낄 기회가 없는지도 모른다. 아침에 그러했던 것처럼, 크지 않은 단위로 호흡이나 발놀림의 숫자를 반복해서 세어본다. 이걸 어떤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한 번에 점 하나. 한 번에 한 픽셀. 픽셀은 다시 RGB로 나뉘어 지고, 종이에 찍힌 작은 점 하나는 다시 망점으로 분리된다는 식이라고 해야할까?


오늘 하루는 여전히 정신없이 지나가버렸지만, 이것은 아주 큰 이미지의 한 픽셀을 분리한 색상의 한 점일뿐일지 모른다.


* 오늘 명상과 달리기 일지 & 노트 쓰기에는 18분이 걸렸다.

**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179일. 매일 명상과 달리기를 한 지는 143일 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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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 @one_day_one_run 에는 여러 장의 사진을 올리고 있습니다. 메일링 발송이 가장 먼저. 그리고 하루 일과 중 인스타그램 업데이트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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