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꿈은 반드시 이뤄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글이 다음과 카카오톡에 노출되었다. 또다시 바닥을 기던 조회수가 점프하게 되었다. 이로써 170여 개의 글 중 20개의 글이 브런치 팀의 선택을 받게 되었다. 혹은 다음이나 카카오톡의 선택을 받았다고 해야 하나. 사실 노출되는 글을 선택하는 주체나 기준을 아직 확실하게 알지는 못한다. 다만 2년에 가까운 브런치 연재를 통해 어떤 글이 주로 선택이 되는지 어느 정도 감이 오게 되었다.
처음 글이 브런치에 오른 순간은 아직 잊지 못한다. 당시 나는 블로그에다만 글을 쓰다가 처음으로 브런치 작가에 합격했고, 곧바로 블로그에 있던 글을 조금 수정한 채 하루에 하나 씩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첫 글을 올리고 조회수가 10 내외로 나오면서 뭔가 흐뭇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한 기분이 가시기도 전에, 세 번째 올린 글이 다음과 카카오톡을 통해 노출되었다. 당시 노출된 글은 <눈코입 베어가는 러시아 환승>이라는 글이었다. 아침에 뜨지도 못하는 눈을 찡그리며 겨우 떠서 시간을 확인하려 휴대폰을 켰는데, 조회수가 1000명을 돌파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메시지는 한 개가 아니었다. 내가 자는 사이 무려 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갔다는 메시지가 휴대폰을 가득 메웠다. 잠이 싹 달아났다. 태어나서 내가 만난 사람이 5000명이 되지 않을 텐데 그렇게나 많은 사람이 내 글을 보고 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씻지도 않은 채로 휴대폰을 켜서 내용을 확인했다. 유입 경로를 확인하니 다음 메인에 내 글이 걸려 있었다. 내 글이 어떤 점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혼자 당황해서 어리둥절한 사이 글의 조회수는 10만을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나의 글은 불과 이틀 만에 20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여기까지만 쓴다면 내 브런치 조회수의 자랑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는 이 이후로 어떤 글도 10만 조회수를 기록하지 못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한 내 잘못도 크지만, 그 첫 노출이 특이하게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브런치는 기본적으로 검색 엔진, 노출, 브런치를 바탕으로 접근하게 된다. 그중 내 조회수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노출이었다. 노출이 되는 날에는 적게는 900명, 많게는 1만 명 이상이 내 글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여행 에세이를 주로 쓰는 내 글의 특성상 내 글은 다음 메인의 “여행 맛집”이라는 탭에 걸리게 되었다. 노출이 되면 어디에 걸리는지 궁금해서 모든 노출을 확인해서 알게 되었다. (다만 이번에 올라간 글만 유일하게 “여행 맛집” 탭에 걸리지 않고 “브런치”탭에 올라갔다.)
노출된 글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클릭해 보고 싶은 제목이라는 점이다. “스테이크를 주문하니 육회가 나오네” 라든지, “에스토니아 전통 시장, 김치라면?” 이라든지, “장기여행 중 나타나는 여행 권태기”와 같이 호기심을 불러오는 제목들이었다. 이런 제목들이 노출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그때부터 제목 짓기가 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유튜브와 마찬가지다. 눌러보고 싶도록 자극적인 제목을 짓는 유튜브들이 더욱 조회수가 높은 것처럼, 내용을 모르고 제목만 나열된 시장에서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겉표지인 제목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난 이후부터 제목 짓기가 내 글쓰기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조회수를 늘려가다 보니 공허함이 찾아왔다. 반응의 부재에 대한 허무였다. 타 블로그나 카페에 비해 브런치는 평균적인 라이킷이나 댓글이 적은 편이다. 아무래도 소통의 의미가 강한 다른 플랫폼과는 다른 구조이기 때문일 것이라 어림짐작을 하고 있다. 또한 블로그와 다르게 라이킷이 저장된다. 그러니 라이킷을 하는 것은 저장하고 다음에 다시 보기 위한 글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때문에 정말 좋은 글이 아닌 이상 라이킷을 누르지 않는 경향이 있다. (2년 전과 다르게 이제는 브런치 이용자가 많아진 덕분이지 라이킷이 많이 늘어났다. 이제는 글을 하나 올린다면 상당수의 글에 5개 이상의 라이킷이 생긴다는 것을 체감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노출로 조회수가 오르게 되면 내 글이 정말 좋아서 조회수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플랫폼의 입맛에 맞는 좋은 제목을 뽑는 작가가 된 기분이었다.
그러다 얼마 전 정말 좋은 글을 발견했다. 멜랜Jina 작가님의 ‘정중한 인종차별’이 미국의 민낯인가?라는 글이었다.
글의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고, 글의 내용도 알차면서 정보도 가득한 글이었다. 미국의 인종차별에 대한 글인데 겉으로 드러나는 폭력적인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기저 심리에 깔린 경시의 시선, 그리고 우리가 생각해야 할 인종차별에 대한 생각까지 담긴 글이었다. 짧은 글인데도 글에 사로잡혀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글은 나의 글들과 다르게 사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좋은 글을 쓰고 그에 대한 좋은 반응을 기대해야 한다. 반면 나는 글을 올린 지 3일 만에 너무 큰 조회수를 맛본 탓인지 좋은 글을 쓰지도 않으면서 많은 반응을 기대하고 있었다. 나는 내 생각을 담기 위해 글을 쓴 것이 아니라 노출이 되기 위한 글을 쓰고 있었다. 이목을 끄는 제목이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모든 상품의 포장지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중요한 요소이듯, 좋은 글이나 나쁜 글이나 모든 글의 제목은 중요하다. 다만,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우선 조회수가 잘 나올 제목을 선정하고 글을 쓰는 기분이 들었다.
브런치에서 독자들의 반응을 받기 위해서는 결국 검색 유입이나 노출을 위한 글이 아니라, 좋은 글로 브런치 독자들이 글에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검색과 노출을 통해 늘어난 조회수는 결국 내 제목에 의한 조회수에 불과하다. 노출로 만난 독자들도 중요한 독자지만 내 글에 대한 반응은 해 주지 못한다. 그러니 어느 순간 글에 대한 한계를 느끼게 된다. 때문에 조회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좋은 글을 바탕으로 독자들의 반응이 오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독자의 반응을 바탕으로 좋은 글을 내놓아 조회수가 늘어나는 긍정적 방향을 가져야 한다. 좋은 글을 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반응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좋지 않은 글은 조회수가 높을지언정 좋은 반응을 얻을 수는 없다. 그러니 브런치에 처음 들어온 작가님들은 노출이 되지 않아 조회수가 나오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말기 바란다. 허수로 올라간 조회수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글로 좋은 반응을 불러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