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발전해가는 글쓰기, 모두 수고했습니다.
그동안 브런치를 하는 동안 이렇다 할 지표는 구독자 수와 누적 조회수 밖에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 전체를 통계 내 보여주니 뭔가 체계적으로 발전하는 브런치가 보였다. 역시 인간은 숫자에 약하다. 숫자로 지난날들이 펼쳐지니 뭔가 있어 보인다. 58만, 369명, 1,855라는 거대한 숫자가 모였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과 나는 브런치와 글로 소통하고 있었구나. 그리고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응원해주고 있었구나.
누적 뷰, 구독자, 라이킷은 그동안 브런치를 하던 원동력이었다. 책을 출간하는 것 이외에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며 무언가 가시적인 성과는 이뿐이었으니까.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만큼이나 나의 글을 읽어준 사람이 있었고, 좋아해 줬다는 감사함이 생긴다. 아마 리포트를 받은 분들 모두 같은 마음일 테다.
특히, 책을 출간한 이후 매일같이 판매지수나 조회수를 보며 나에게 실망하던 요즘이었다.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는 이해하지 못했던 어른들의 세계가 벌써 나에게도 펼쳐져 있었다. 판매지수에 집착하고, 순위에 집착하며 하루하루의 기분이 나의 상황보다는 판매량에 달려 있었다. 숫자가 나를 잡아먹고 나니 더 이상 나라는 존재보다 숫자가 더욱 중요해졌다. 숫자가 나이고 숫자로 나를 표현하고 숫자로 남들을 평가하고 있는 내 모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숫자로 그동안의 누적된 나의 지난날들이 보이니 근래 잃어버린 자존감을 조금 회복할 수 있었다.
처음 브런치를 할 때의 목표가 생각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브런치를 접속해 작가로 활동하고 싶었지만, 까다로운 심사 탓에 포기하고 앱을 삭제했었다. 그래, 나 까짓게 무슨 작가야. 그동안 써온 글도 별로 없었고, 짧은 글뿐이라 어디 올리기도 어려운 그런 글 밖에 없으니 브런치 작가 심사 탈락은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장기여행을 다녀온 후 다시 도전한 브런치는 너무나 손쉽게 합격 메일을 보내주었다. 무엇을 쓰고,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확신이 있는 자들에게만 작가의 문을 열어 주는 듯했다.
덕분에 작가가 된 이후 꾸준한 글을 써왔다. 그리고 그 결산이 오늘 드디어 나온 셈이었다. "1191일"동안 총 "226편"의 글. 단순 계산을 하면 5일에 한 편 씩이다. 그리 적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많은 편도 아니다. 글의 스타일이 달라진 탓이다. 처음 브런치에 쓰던 글은 짧은 여행기였다. 때문에 지금까지 가장 많이 쓴 주제로 "여행"이 뽑히기도 했다. 유럽 종단 여행을 일어난 사건 순으로 단순 나열한 글들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조금씩 그 구성이 바뀌었다. 긴 글을 쓸 정도로 글이 성장했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내가 지루한 여행기를 탈피하고자 노력했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글을 여행지보다는 여행과 나, 그리고 사회로 바뀌었다. 덕분에 이런 테마의 독특함을 출판사가 알아줘서 책도 출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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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은 내 이야기만 하는 글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이런 신념 비슷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이 글은 한번 자존감을 위해 이기적으로 쓰고 싶었다. 그냥 숫자에 집착하며 하루하루 손톱 물어뜯는 날들을 반복해오던 요즘이기에 숫자로 표현된 지난 나의 브런치 발자취를 다시 돌아보며 위안을 얻고 싶었으니 말이다. 참 오랫동안 글을 썼고, 참 많이 발전했다. 글을 읽고 공감을 하는 작가님들이 계신다면 같은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참 오랫동안 글을 썼고, 참 많이 발전했네요. 고생 많으셨고 앞으로도 더욱 고생하며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