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의 사랑
‘사랑해’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는 너무 크지만 종종 잊고는 한다. 누군가에게 쉽게 사랑해라고 던지지만 사실 쉽게 던질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자주 들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꽃을 꺾지만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꽃에 물을 준다. 좋아하는 건 그 사람으로 인해 내가 행복했으면 하는 것, 사랑하는 건 그 사람이 나로 인해 행복했으면 하는 것.’
싸이월드부터 화장실 문 앞이나 교회에서 주는 휴지에 주로 붙어있던 이런 문구들은 언제나 사랑한다는 감정이 좋아한다는 감정보다 더욱 거대하고 강한 감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문구들이 촌스럽다고 느껴진 이후부터는 한동안 잊고 살았다.
그래서인가, 예전에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연인에게 사랑해라고 말했더니, 그녀는 사랑한다는 단어에 담긴 큰 의미가 너무 두렵다고 말했다. 좋아하고 함께하면 즐겁고 없으면 그리워하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남발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물론 그 시절 나는 내가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생각해 실망했다. 어린 마음에 사랑의 의미를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사랑을 하지 않았다. 내 온전한 마음을 주고 둘이 하나 되는 사랑을 하지 않았다. 단지 좋아하는 감정이 점점 커져가는 중이었고, 나는 누군가를 애인으로 소유한다는 감정에 빠진 셈이었다.
앞서 말한 문구에서 그 사람으로 인해 내가 행복했으면 하는 것이나 꽃을 꺾는다는 행동은 소유의 사랑이다. 좋아하고 있지만 나의 손안에 있다는 이유로 좋은 것이다. 집 안에 있는 물건이나 마찬가지다. 여행에서 돌아올 때 사 둔 기념품이나, 한정판이라 곱게 모셔 둔 것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사랑하는 물건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들은 아니다. 내 취향에 맞고 좋아하는 것들이니 방 안에 두었다. 가지고 있는 것에 욕심이 생기니 가지고 있을 뿐이다. 별 관심이 없거나 싫어하는 물건들이라면 누군가에게 주거나 혹은 버렸을 테다.
이런 소유의 개념에 대한 집착이 사랑인 줄 알았다. 나의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이런 나의 노력이 사랑을 위한 노력이라 착각했다. 그러니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꺼냈었다. 돌이켜 보니 나는 나의 것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내 손에 들어온 모든 것이 나에게서 다시 빠져나가는 게 두려웠다고 보는 편이 더 맞는 말인 듯하다.
긴 시간 혼자 고독 속에 살고 있던 탓이었다.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서 도망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지금 남아 있는 것들 역시 나한테서 떠날 수도 있다는 걱정 속에서 살았다. 그러니 자꾸 욕심을 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 역시 나의 것이라 혼자 생각했다. 나는 외로워서 내 주변에 무언가 빼앗기기 싫은 마음에 소유를 하려 했었다. 결국 소유의 사랑은 외로움에서 나온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