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보 낚시 이야기

낚시에서 인생 배우기

by 박희성

오천 원짜리 싸구려 민장대 하나와 바늘이 들어있는 채비 박스를 들고 낚시 준비를 한다. 어린놈들이 벌써 낚시에 빠졌다는 엄마의 혀 차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고 흙 묻은 신발을 신는다. 친구와 걸어가면서 오늘 날씨와 낚싯대에 대한 실없어 보이지만 중요한 대화를 하며 하천 주변의 유일한 낚시 집에 들어간다. 컵라면 두 개와 야광찌 두 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지렁이 한 통을 산다. 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이렇게 좋은 강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날씨가 좋은 탓에 수많은 낚시꾼이 물길을 따라 구슬 꿰듯이 앉아 있다. 차선 지키듯이 자로 잰 것처럼 간격을 유지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각자 조용히 찌에 집중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자리가 없다. 실력이 나쁜 어린 조사들은 나이 든 조사 사이에 있으면 민폐를 끼치기 일쑤다. 조금 더 걷더라도 사람 적은 구석으로 간다.


햇빛은 기분 좋게 강물에 반사되어 눈앞에 아른거린다. 멀지만 꽤 괜찮은 자리를 찾은 우리는 우선 자리를 정리한다. 차가 없어 모든 짐을 들고 다녀야 하는 우리에게 낚시 의자나 고급 장비는 사치다. 강가에 적당히 평평한 곳에 쓰레기를 치우고 신문지를 깐다. 일주일 전의 낡은 기사를 깔고 그 위에 오늘 자 기사를 올린다. 신문지 냄새가 폴폴 올라오는 가운데 나는 채비 박스를 꺼내고 친구는 낚싯대를 펼친다. 낚싯대 앞에 있는 초리 끈에 낚시 줄을 두 번 묶는다. 8자 고리 묶음이나 나비 고리 연결 따위는 할 줄 모른다. 빠지지 않게 두 번 세 번 묶을 뿐이다. 인터넷에서 보고 배운 채비를 바탕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만 진행한다. 이제 낚싯줄에 찌고무를 끼고 봉돌을 연결하고 다이소에서 산 천 원짜리 바늘을 단다. 잉어 한 마리가 튀어 오르며 잔잔한 강물에 파동을 만든다. 물비린내는 파동을 타고 순식간에 코를 찌른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그래도 어디서 주어 들은 것은 있어서 찌고무에 찌를 끼우고 찌맞춤을 한다. 수심이 어쩌고 유속이 어쩌고 제 딴에 있는 척하며 찌를 옮겨 단다. 지렁이를 꺼내면 좋은 흙냄새가 퍼진다. 꿈틀대는 지렁이를 바늘로 찌르면 죽어가는 지렁이도 살아 보겠다고 온 몸을 비틀며 죽음의 손아귀를 빠져나가기 위해 몸부림친다. 초보 낚시꾼의 허망한 챔질로 사라질 부질없는 목숨이지만 살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미안한 감정도 없이 바늘로 지렁이의 온몸을 두 번 꿰어도 낚싯줄에 달린 작은 핏덩이는 살고 싶어 푸덕거린다. 작은 진동이 손 끝으로 울려 퍼진다.


바늘에 연결된 봉돌을 쥐고 낚싯대를 강으로 향하면 낚싯대는 활처럼 휜다. 바늘을 조심하며 봉돌을 놓으면 진자 운동이라는 놀라운 과학 원리로 강 한가운데로 날아간다. 바늘이 가라앉고 봉돌이 가라앉는다. 기다란 찌는 봉돌을 따라 내려가다 머리만 빼꼼 남긴 채 강 한가운데 꼿꼿이 선다. 흙 묻은 손을 신문지에 닦고 냄새를 맡는다. 신문지 활자 냄새와 흙냄새, 그리고 비릿한 지렁이의 냄새가 함께 올라온다. 몇 번 더 슥슥 닦아낸다.


붕어 낚시는 별게 없다. 낚싯대를 던져두고 붕어가 올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잔잔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떠 있는 찌가 움직이는지 바라만 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찌에만 집중한다. 휴대폰도, 책도 보지 않아야 한다. 한 시간이건 두 시간이건 입질이 올 때까지 오롯이 찌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어야 한다. 붕어 입질은 슬금슬금 오기 때문에 잠시라도 딴짓하면 도망가버린다. 눈만 끔뻑이며 찌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할 것 같지만 막상 찌를 바라보면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찌의 미세한 움직임이 긴장을 주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살아온 시간 그 어떤 순간보다 한곳에 집중하게 된다.


머리 위에 있던 해가 저물면서 산등성이에 걸쳐 온 세상을 붉게 물들었다. 벌써 몇 시간이 지났지만 입질 조차 오지 않는다.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다 생각하면서도 낚싯대를 접을 생각은 하지 않고 늦게 나와 좋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게으른 몸뚱이를 탓한다. 턱 괴고 있는 손이 저리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생각하며 집으로 갈 생각을 하던 찰나, 찌가 슬쩍 움직인다. 또다시 착시 같은 상상 입질인가 싶지만 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점처럼 보이는 찌가 손가락 길이만큼 슬쩍 올라왔다 내려앉는다. 벌떡 일어나 무릎을 꿇고 낚싯대에 손을 올려 두지만 건드리지는 않는다. 물 밖의 조그마한 진동이라도 붕어님의 식사를 방해할까 싶어서 침도 삼키지 못하고 있다. 잠깐의 찌 올림은 찰나에 불과하지만 그 짧은 시간이 수십 분처럼 느껴진다. 찌가 가라앉았다가 다시 올라오는 일을 반복하다 찌가 한 번에 쑤욱 올라온다. 손목에 힘을 주고 낚싯대를 힘껏 올린다. 푸덕거리는 기운이 낚싯대를 통해 내 손목으로 전해온다. 사방으로 뻗어 나가려는 붕어와 낚싯줄 하나로 연결되어 힘싸움을 펼치면 붕어가 힘이 빠진다. 그제야 붕어를 끌어올릴 수 있다. 28cm. 월척의 기준인 30cm는 되지 않지만 오늘 하루 종일 얻은 유일한 조과이다. 황금빛 붕어의 비늘에 노을이 비춰 알록달록 하다. 이 금빛 유선형을 보기 위해 몇 시간 동안 가만히 찌를 보고 있던 것이다. 모든 노력이 허사는 아니었다. 인내의 시간을 버텨 강력한 생명의 움직임을 경험하고 결국 보상을 얻어 낸 것이다. 붕어가 다치기 전에 바늘을 빼 내고 다시 강으로 흘려보내준다. 붕어도 오늘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끼와 먹이를 조심하며 자랄 것이고, 나도 오늘의 경험을 바탕으로 또 다른 붕어와의 싸움을 이겨낼 것이다.


해는 저물어 저녁 어스름이 깔려 오고, 나는 다시 낚싯대를 기울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여행과 행복, 그 사이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