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낚시는 타이밍

타이밍과 용기, 둘 중 하나

by 박희성

밤낚시가 여유롭다는 말은 낮에 충분히 손맛을 봤기 때문이다. 오늘처럼 아무것도 잡지 못하는 밤은 지루하고 초조하다. 실패한 화가가 자신의 캠버스에 검은 물감을 뿌린 듯한 짙은 어둠을 타고 찬 바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손을 주머니에 넣어도 시려서 다리 사이에 넣고 경박하게 비벼 본다. 춥고 아무것도 잡히지 않으니 당연히 낚시에 대한 집중도 떨어진다. 입질이라도 오면 좋으련만 모든 고기가 도망간 듯 아무런 진동도 느껴지지 않는 낚싯대를 아무렇게나 내버려 두었다. 하늘의 별과 강물의 찌가 구분이 되지 않으니 수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하필 지금 잊고 있었던 노래 가사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있어야 할 순간에 내가 있었더라면 운명이란 인연이란 타이밍이 중요한건가봐.. – 버스커버스커, 사랑은 타이밍

그동안 얼마나 많은 타이밍 어긋난 사랑을 해 왔는가. 사랑에 서툴러서, 사랑을 고민하다, 그리고 준비가 되지 않아서 수많은 사랑 앞에 무릎 꿇었다. 뜨거운 한숨이 푸른 어둠을 타고 짙게 뿜어져 눈 앞을 가렸다. 인생의 모든 것이 타이밍인데 유독 그 타이밍은 몰랐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만 있다면 이라는 가정문으로 시작하는 수많은 후회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자기도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그녀의 말을 들었을 때, 심장이 떨어지다 못해 멈춘 기분이었던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아무 말도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날을 생각할 때마다 숨이 가빠온다. 타이밍이 문제가 아니라 용기가 문제였을지도 모르는 과거의 나지만, 지금의 나라고 해도 사랑을 속삭일 수 있을까라는 우울한 생각이 어두운 물안개를 타고 내 가슴을 후벼 팠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마지막 집중을 하고 낚시를 끝낼 마음을 먹었다. 찌를 바라보려고 다시 강물에 눈을 돌렸는데 찌가 사라졌다. 찌가 사라졌다는 것은 입질이 왔다는 뜻인데 또다시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황급히 낚싯대를 찾아들어 올리려 했지만 어두운 수풀 안에 손에 잡히는 건 이슬 맞은 차가운 풀들 뿐이다. 눈으로는 찌를 찾고 손으로는 낚싯대를 찾기 위해 더듬거리는데 저 멀리 내 낚싯대가 유유히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 마냥 올라가는 낚싯대는 이미 타이밍을 놓쳐 손을 쓸 수가 없다. 바늘을 물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강물을 역행하는 물고기만큼 나는 사랑하기 위해 몸부림친 적이 있었을까. 저 낚싯대를 시간을 되돌린다고 내가 다시 잡을 용기가 있을까.

저 흘러가는 낚싯대를 타이밍 놓쳐 흘러 보냈더라면 차라리 물어 뛰어들고 나오는 오는 용기라도 있어야 했다. 조금만 용기 냈더라면 도망간 월척도 잡을 수 있었을 것이고 내 낚싯대도 잃어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용기는 핑계 앞에 작아지기 일쑤다. 달리기 선수가 시작 타이밍을 놓쳤다고 경주를 포기하지는 않지만, 반대로 나는 타이밍을 놓쳤다고 모든 것을 포기했다. 정말로 가망이 없어서 포기했을까 아니면 노력하기 싫어서, 용기내기 두려워서 포기했을까. 포기하고 후회하고 다시 생각하며 마음 아파하기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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