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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단이 Sep 13. 2023

하루에 한 번은 땀 빼기


 원래 요가를 즐겨하는 편이다. 처음 맘먹고 운동을 시작했을 당시엔 필라테스를 1년 정도 다녔었다. 그러나 필라테스는 적어도 나에겐 큰 운동이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코어가 잡히고 바르지 않은 자세가 바로 잡히는 기분이 들긴 했지만, 뭔가 땀을 더 내고 싶었달까. 생각보다 나에게 맞는 운동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비싸기도 했고…. 그래도 갑자기 종목을 바꾸는 게 다소 부담되어 꾸준히 1년가량을 다녔지만, 내가 잘 따르던 강사 선생님도 다른 지점으로 옮겨 가시기에 나는 그 길로 필라테스를 그만두었다.


 그 후 몇 달을 쉬다가 요가에 도전했다. 그런데 웬걸, 요가가 좀 더 나에게 맞는 느낌이었다. 난 과체중이긴 하지만 유연성 하나는 괜찮은 편이었다. 또 몸을 이리저리 펴고 늘려주는 맨땅 체조 같은 동작들이 재미있으면서도 요가 음악마저 나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곤 했다. 요가원 강사 선생님들은 저마다 본인 취향(?)의 요가 음악(또는 명상 음악)을 수련 중에 플레이리스트처럼 틀어주셨는데, 그때마다 들려오는 알 수 없는 남녀 불문 웅얼거리는 목소리와 단어들 또는 그 특유의 나른한 음조가 심신을 편안하게 안정시켜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동작 하나하나를 바꿀 때마다 몸 전체가 더워지며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것도 기분 좋았다. 그 기세를 몰아 난 5개월 정도 올해 3월까지 요가원을 다녔다. 그러다 집에서 안방 문턱에 발을 잘못 찧어 새끼발가락이 골절되는 바람에 깁스 후 6개월 이상 운동을 다니지 못했다. 사실 깁스는 한 달밖에 하지 않았지만, 가을이 되기까지 갑작스러운 퇴사와 프리랜서 일에 적응하느라 몸도 마음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그간 생각만 할 뿐 요가를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요즘 몸이 너무 찌뿌둥해진 것 같아 다시 큰맘 먹고 이전에 다니던 요가원을 재등록했다.


 일부러 편한 옷을 입고 가서 등록하고 바로 10분 후에 시작하는 수련에 들어갔다. 물이 흘러가는 듯 ‘흐르는’ 동작을 반복하는 빈야사 수련 시간이었다. 너무 오랫동안 쉬어서 괜찮으려나 걱정이 되었지만, 일단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 집에서는 할 생각도 못 하는데, 요가원에서 몸을 풀 때면 하는 동작이 있다. 다리찢기. 방향을 바꿔가면서 다리를 찢고 허리와 등을 늘리고 목과 팔도 풀어주는데, 다리를 찢을 때마다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숫자를 세며 오랫동안 하는 동작이다. 너무 오랜만이라 다리가 전보다 많이 안 벌어질 줄 알았는데, 비록 일자는 아니어도 일자 비슷하게 다리찢기를 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몸이 많이 굳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여기며 수련을 시작했다.


 몇 개월 전만 해도 빈야사 수련할 때 이렇게나 땀이 뻘뻘 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오래간 굳어진 몸을 풀며 동작을 따라가서 그런지 수강생 중 나 혼자만 땀을 흘리는 것 같았다. 반년은 역시나 긴 세월이었는지 이전에 잘하던 동작들도 헷갈리고 자세가 바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어려운 동작도 조금씩 하다 보니 몸이 기억하는 것 같았다. 점점 동작의 바른 자세를 찾아가니 안심이 되었다. 무엇보다 최근 운동으로 이만큼 땀을 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오랜만에 몸도 시원하고 상쾌했다. 물론 다음날 근육통이 좀 느껴질 것도 같았지만…. 늘 처음이 어렵지만, 곧 요가원을 다시 다니게 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처럼 다시 요가에 흥미를 붙여봐야지!


 나이가 들면서 활동량이 적어지는 성인에겐 하루에 꼭 한 번은 운동하며 땀을 내는 시간이 중요할 것 같다. 수시로 삐걱거리는 몸을 움직이고 자세를 바로잡아주는 것이 잠깐은 곤욕일 수 있어도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활력까지도 다잡아주는 일처럼 느껴졌다. 굳이 요가가 아니어도 나에게 맞는 운동 하나쯤은 취미로 꼭 두어야 하는 세상. 오늘 이 요가 하나로 머리도 어느 정도 가벼워진 듯했다. 무엇보다 세상만사 아무 생각 없이 내 몸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하루에 한 번은 땀을 내고 내 몸에 집중하기. 이건 나의 마음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 마음도 몸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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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번은 땀 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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