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나이가 많건 적건,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다가 종종 이런 이야길 듣는다.
“나 요즘 말할 때마다 단어가 잘 생각이 안 나.”
물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단어가 정말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고, 그 사람의 주 활동 범위가 어디냐에 따라 또는 달라지는 환경 때문에 예전엔 잘 알았지만, 사용하지 않는 단어가 많아져 그 단어들을 잊어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는 그런 이유보다 이에 가깝다.
오랜 시간 책을 읽지 않고,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일이 적어졌기 때문.
사실 나의 경험담이다. 매번 글을 남기고 읽는 것을 분명히 좋아하지만 그러다 문득 귀찮아지면 책을 전혀 들여다보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런 경우 이 상태가 지속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게으름이 나의 모든 영역을 장악하고 만다. 집순이이긴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는 것을 좋아했던 내가 어느새 의도적으로 사람을 피하고 이유 없이 약속을 파토 내는 경우도 종종 생기게 된다. 그저 아무도 없이 집에 혼자 있는 것이 편해진 것이다. 어쩌다 이 루틴에 발을 한번 들여놓으면 한동안은 빠져나가기 힘들다.
책을 읽지 않고 사람도 만나지 않을 때, 방안에서 혼자 넷플릭스를 보며 철저히 ‘나 혼자만의 세계’를 만들어갈 때, 나는 내가 사용하는 말과 단어를 잃어버린다. 이럴 땐 가족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대화하다 말고 ‘말(단어)’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면 속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요즘 단어나 말이 잘 생각이 안 나네?’ 이 생각이 들 때마다 조금 당혹스러운데, 마치 뇌가 나에게 보내는 적신호 같기 때문이다.
그 적신호를 감지한 순간, 이제 난 다시 뭐라도 읽기 위해 책장을 넘긴다. 그렇게 글을 다시 읽고 쓰고 점차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하는데, 사실 잃어버린 단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돌아오지 않는다. 정신 차리고 글을 읽고 이 생활을 어느 정도 오랜 시간을 지속해야 머릿속이 다시금 슬그머니 채워진다. 단어나 말뿐 아니라 지식과 지혜도 그런 것 같다. 매번 정신을 차리고 있기 힘들지만, 뇌가 간간이 보내오는 적신호를 알아차리기라도 하자고 다짐한다. 물론 뇌가 신호를 보내지 않게끔 나도 노력해야겠지만.
비슷한 이유로 요 며칠간 책을 좀 더 열심히 읽고자 다짐하게 되었다. 무더운 여름이어서 온몸이 축 처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며칠간 새로운 생각이나 아이디어들조차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특히 신기한 건, 글에 대한 아이디어는 늘 글에서 오곤 했다. 다시금 페이지를 넘기고 글을 가까이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