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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단이 Sep 02. 2023

요즘은 참치도 배달시켜 먹는 세상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묻는다면 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할 수 있다. 참치!


 원래부터 회를 좋아했다. 단순히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사실 회에 대한 지식이 많은 편은 아니다. 이런저런 회를 보고 얘는 연어고, 방어고, 또 어느 부위인지 설명해줄 수 있을 만큼의 지식은 없다는 말이다(연어와 광어 정도만 구분할 수 있는 정도?). 물론 어떤 생선의 어느 부위 회인지 알고 먹을 땐 그만큼 색다른 즐거움이 있기도 했지만, 나는 그냥 회라면 맛보고 씹고 삼키는 것을 좋아했다.


 내 형편에 매일같이 회를 먹을 순 없었다. 아주 가끔 생일이거나 집안에 경사(?)가 있는 날에만 먹을 수 있다. 그러니 참치는 오죽했을까….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참치였다. 그러다 언젠가 지긋지긋한 회사를 퇴사하던 날, 함께 축하하기 위해 남자친구와 참치 집에 가서 참치를 처음 먹어보았다. 물론 맛있게 먹었지만, 그때만 해도 이렇게 참치 맛에 반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 뒤에 두세 번 정도 참치를 더 먹을 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참치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기쁜 일이 있을 때보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그렇게 참치 생각이 나곤 한다. 그리고 드디어 어젯밤, 나는 새로운 문명을 만났다. 며칠간 참치 생각이 간절했는데, 참을 수 없던 나는 시험 삼아 배달앱을 켰고 그간 한 번도 검색해보지 않던 그 이름을 찾아보았다. 보자마자 눈이 틔었다. 오, 참치도 배달시켜 먹을 수 있구나! 나는 당장 엄마를 불렀다.


 비싼 음식인 만큼 가격은 어마어마했지만, 이 정도 양에 3만5천 원으로 누릴 수 있는 두 명분 한 끼의 행복이라니(난 저녁을 먹지 않아 출출한 상태였다). 저만한 참치의 양이라고 한다면 꽤 괜찮은 가격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10시가 넘은 늦은 밤이라 그런지 참치는 30분 이내에 도착했다. 여섯 팩의 김과 마늘쫑, 무순, 락교, 배추김치, 간장과 와사비 등의 반찬들과 함께 정갈하게 정리되어 온 참치의 빛깔은 아름다웠다. 맛도 꽤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물오물 맛있게 먹고 있으니 “딸 덕에 호강하네!” 엄마의 만족스러운 목소리도 들려왔다. 엄마는 남자친구가 나에게 했던 말을 똑같이 하기도 했다.


 너, 진짜 행복해 보인다…. 너, 참치 진짜 좋아하는구나.


 그럼 그럼, 나는 음식 중 참치를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사실 배달앱을 생각보다 많이 이용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 새 문명을 맞닥뜨리고 나니 요즘 세상 정말 좋아졌구나, 감탄하게 되었다. 외국인들이 한국 배달문화에 그렇게 감동한다는데, 정말 그런 말이 나올 만하구나 싶었다. 나중엔 배달앱으로 어떤 음식까지 시켜 먹을 수 있는지도 잘 살펴봐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물론, 이제 참치 생각이 다소 쉽게 날까 걱정이 되긴 하지만.


 참치, 앞으로 자주는 아니지만 좀 더 쉽게 만나자. 오늘 넌 나의 행복이었다.



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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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참치도 배달시켜 먹는 세상




참치 자랑해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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