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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루 Oct 15. 2023

오월이 온다고 그대는 말했습니다

한 편의 시

오월이 온다고 그대는 말했습니다


그대여, 이곳의 가을밤은 점점 겨울을 닮아갑니다

마음 한 구석에 차지하고 있던 꺼내보지 못한 여름은

차가 기온에 잎을 축 늘어뜨린 채 시들어갑니다



따뜻한 수면으로 둘러싸인 그곳의 가을과는 전혀 다른 계절의 얼굴입니다 조금 있으면 코끝이 찡한 새벽도 오겠지만 아직은 돌담길 걷던 우리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또각또각 펼쳐지는 선선한 가을입니다



나뭇잎은 여전히 물들지 않았고 청명한 하늘 밑으로는 들녘 바람 맞아가며 잎이 몸을 흔들어 댑니다 육지로 떠나는 배 안에서 그대는 내게 말했지요 우리의 오월은 유채와 벚꽃이 즐비한 녹산로 위를  걸을 거라고요



새벽녘 해걸음은 섬의 해 질 녘 노을을 닮아서 여기서도 늘 그대를 볼 수 있습니다 서리가 내리고 몸은 천근만근 무거워도 새벽은 매일 우리의 기대를  버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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