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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루 Oct 27. 2023

땅콩

한 편의 시

땅콩


약한 불로 팬에 볶아내는 시골 땅콩은 비린맛이 전혀 나지 않습니다. 주걱으로 휘저을 때마다 구수한 냄새가 방안에 맴돌아 미리 현관을 열어둡니다  가을은 점점 무르익을 테고 맛을 아는 손은 연한 호박잎과 아직 덜 자란 가지까지 거두어들입니다 시골에 오면 땅에서 캐내어 거둘 게 있어 마음이 한가득 찹니다 찌는 더위에 씨를 심고 물을 주고 거름을 뿌린 손길의 고마움은 기억하기 힘듭니다 영원할 것 같지만 가을의 풍경도 땅콩통에서 아스라이 사라져 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땅콩 껍질 벗기던 투박한 손길이 그리울 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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