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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루 Nov 12. 2023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는데 무엇인가는 변한다

한 편의 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는데 무엇인가는 변한다


김모루



좋았는지 나빴는지 분간할 수 없는


하루


그 하루가 간다



최상의 것들을 바라며


오늘을 생존하고



불안과 초조 속 긴 밤이 지나


늘 새로운 아침을 맞지만



축 늘어져 있는 일상에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아서


철저하게 배신당한 기분



암울한 현실에도 희망을


물고 버틴 어제는


틀니처럼 송두리째 뽑혀


거리를 나뒹굴고 있지만



사라지는 존재와 


쌓이는 기록들


펴놓은 책갈피 포스트잇은


끝까지 놓지 못해


꿈을 쥔 채 버틴 오늘의 표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는데


무엇인가는 변한다



계절과 장소와


잊힌 사람과 배고픈 사랑의 한 조각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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