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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루 Nov 19. 2023

김장

한 편의 시

김장


김치는 부활합니다 소금의 농도와 시간에 의해서 죽기도 하고 살아나기도 합니다 새벽에 영하 4도로 기온이 떨어진다는 소식에 어제 소금에 절여 놓은 이백 포기김치를 부리나케 씻어냅니다


세 동네에서 농사지어 실려온 배추는 특성과 성질이 모두 다르지만 그중 속이 색 노랗고 잎이 파란 항암 김치는 최고의 맛으로 가치를 뽐냅니다 작은 풀장처럼 생긴 큰 다라 세 통에서 소금에 절인 배추를 꺼내어 작은 다라 세 통에 차례대로 씻어내는 과정은 김장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지만 씻어내어 차곡차곡 쌓아둔 배추를 볼 때의 보람도 그만큼 큽니다


우리 민족이 겨울철 비타민 공급을 위해 김치를 담그기 시작한 것은 고조선 때부터이지만 배추김치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살기 좋아진 시절부터 온 지역에서 각광받으며 입동 무렵을 전후로 잔치처럼 서로 도와 가며 품앗이하는 우리 전통인 김장의 손길이 계속 이어나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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