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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루 Dec 03. 2023

오늘의 의미

한 편의 시

오늘의 의미


김모루



익숙해지지 않지


거절이라는 말


불안감에 휩싸이네


끝이라는 시작



밀물처럼 밀려오지


어제 풀지 못한 숙제가


상처를 덧나게 하지


상극하는 두 관계는



어제의 나는


시간의 계곡으로 추락하고


오늘의 나는


감정의 폭풍 속에 갇혀 있네



오늘은 어제와 같은 오늘인가


어제는 오늘과 같은 어제인가


둘은 의미만 다른 같은 문제들로


둘은 같은 문제로 의미를 나누네



너는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나는 너에게 어떤 존재던가


우리는 서로 알 수 없기에


매일 같은 이별을 반복하네



운명, 실존의 문제인가


시간, 영속성의 문제인가


나도 너를 알 수 없기에


너도 나를 미지 속에 내버려 두네



감정, 불안감의 증폭은


이성, 깨달음의 기회로


감정은 이성에게 매달리나


이성은 감정을 추스르네




거절에 익숙해지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외면당하는 현실에 마음에는 생채기가 난다. 비즈니스 상 관계도 마찬가지지만 그것이 일상생활에서 일어난다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자신의 자존감은 바닥으로 추락하고야 만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관계를 개선하려고 고민했던 젊은 날의 열정이 사그라들면 거절은 오히려 내 편에서 진행된다.



'그까짓 것 뭐' 이런 식으로 회피가 아닌 포기를 하게 되면 일순간 자신을 둘러싼 관계망이 절단 난다. 사회적 관계망이 하나쯤 끊어지는 것을 우습게 생각하다 보면 나중에는 관계망의 벼리마저 위협받게 된다. 굵고 탄탄하게 유지되던 근간의 줄마저 얇고 가늘어지면 관계에는 탄력성이 사라진다.



거절은 자신감의 추락으로 발전한다. 여기서 발전이라 함은 내면적인 돌아봄의 기회가 되는 내적 성숙의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기에. 자아의 상실이 아닌 자신감의 손상은 때에 따라 깨달음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거절은 종국에 자아마저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 순리인 듯싶다.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서도 재기할 수도 없는 거절은 사회적 일상을 되찾는 방법밖에는 도무지 그 답을 찾을 수 없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혼자서는 자립할 수 없듯, 꼭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도움이 되었으면 다른 누군가에게 보답을 해야 한다. 관계란 주고받는 것이고 나누며 상생하는 것이기에.



혹, 어제의 거절에 상처를 입은 일이 있다면, 말 한마디에 내 말이 무시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면, 자신의 의견이 존중받지 않아 스스로 관계를 정리하고 말았다면 그 일의 감정은 어제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 오늘의 관계망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오늘의 관계망을 그나마 유지하며 손상받은 관계망을 재건하기 위해서라도.



어제의 짙은 노을은 어제의 사그라든 빛일 뿐이다. 오늘의 태양은 머리 위에서 우리를 비춰주고 있다. 삶이란 밀물처럼 계속되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한가닥의 밀물을 타고 바다로 나아가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니 내 마음이 열려있을 때 어떤 기회든 찾을 수 있다. 감정은 불안감을 믿지 말고 이성의 놀라움에 의지해야 한다.



그것이 오늘이란 운명에 놓인 우리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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