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
우리가 피어나려면
모루
'피어나려면
머금어야 한다'
우리의 생기가
아렸던 가을의 끝에서
하얀 아이가
생그르르 웃는 겨울이 오면
얼음 같은 냉기의 새벽에도
물안개는 피어오른다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당신 마음의 소리가
서서히 맑아지면 좋겠다'
반갑게 찾아든 골목길 어귀
뉘엿뉘엿 지는 해거름처럼
우리 앞에 찾아온 그림자는
불행일까, 행복일까?
속 쓰라린 밤 지나
정체 모를 빛의 산란에 산과 바다는
늘 새로운 아침을 맞이한다
슬픔을 머금고 생에 몸부림친
우리의 시간만큼
우리의 고통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