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
우리는 그것을 노을이라 부른다
우울함이 뒤꿈치에 맴도는 오후
긴 그림자가 나를 따라잡다가
벽과 바닥 사이에 접혀버린다
말하는 방법을 상실하여
두 입술 사이로 얼어버린 언어들을
고요와 함께 목젖 속으로 밀어 넣으며
시간을 감지 못하는 일상 속
네 비명(非命)에 손 놓아버리고
비굴한 존재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친 날
휘청대는 바람에 이끌려 오른 언덕에서
머릿속의 상념을 재 되어 태울
세숫대야처럼 둥근 해거름을 보았지
솜털 구름의 잔재들이 하늘을 뒤덮어
석양빛에 발갛게 불타오르면
취한 미물들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합창소리
경이로운 하늘과 마주한 순간
우연함은 영원함으로 바뀌어
분모에 분자가 동화되는 시간
우리가 선 땅은 다행히 하늘 아래여서
노을을 마중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
위대한 자연을 숭배해야만 한다
맑아진 머리에 영그는 마음
눈 깜빡임도 아쉬운
그 황홀한 순간에 우리는
우주와 떨어질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닫고
자연과 하나 되기를 준비하는
교집합의 어스름 시간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