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로 만드는 세상

한 편의 시

by 모루

우유로 만드는 세상

우유갑 속에서 우유를 마신다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엄마들은 한창 수다 중이다

아빠들은 편안한 복장으로 수유 준비 중이거나 가슴에 어린 동생들을 품고 있다

세모난 천정 역시 온통 흰색으로 칠해져 밝음에 밝음을 더한

청정에 푸르름을 덧칠한 듯 환하니 맑다

건물 밖은 수풀이 우거진 난대림 숲 지대 너머 수평선이 보인다

소 닮은 섬이 누워있고 봉우리 하나가 우뚝 솟아있다

싱그러운 우유는 향기로운 미소를 준다

아이들의 미소 역시 시원한 웃음을 준다

한 아이가 내게로 와 싱겁게 말을 건다

인사말도 없이 어린 왕자처럼 자기 얘기만 한다

눈인사로 응답하며 고개를 끄덕여본다

우유갑 속이 좋다며 자주 오고 싶다고 한다

얼룩송아지도 보고 꼴도 직접 먹여줬다고 한다

백이십 마리의 젖소가 만들어 낸 신선한 우유가 맛있다 한다

경계가 허물어진 공간에는 아이와 어른의 구별이 없다

성별의 구분이 없고 너와 나의 구별이 없다

하얀 우유 속에 풍덩 빠져 허우적거리다 보내는 시간이 전부다

냄새를 맡고 맛을 보고 눈웃음 짓는

아이의 모습처럼 천진난만한 세상이다

과거, 버스 안에서 아기에게 젖을 주던 엄마처럼 자연스럽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처럼 사랑스럽다

우유로 만드는 세상에는

아이를 사랑해 줄, 아이를 한 사람으로 인정해 줄 마음만 있으면 된다

미래의 인류에게 현재의 인류가 과거의 인류를 되새김질하며

신선한 우유 한 잔 마시며 공감하는 게 전부다

정말로 우유 한잔 마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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