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
무욕의 바다
바닷가에 가 보았네
세속의 욕망이 닿지 않는 그곳엔
무욕의 바람이 나를 반겼네
번민과 고뇌에 잠식당한
날 것의 삶 앞에는
눈부신 바다가 놓여 있었네
모래에 이끌린 하얀 파도가
연이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렸고
잿빛 구름을 뚫은 한 줄기 햇살에
해변은 온화함으로 물들어
수평선을 주시하던 멍한 두 눈엔
고요함과 평화가 밀려왔네
수십 번 그 위로의 손길은
차갑던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하여
거칠고 성난 파도에도
시공간이 하나 됨의 전율은
용천수처럼 솟아올라
이미 먼바다로 흐르고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