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욕의 바다

한 편의 시

by 모루

무욕의 바다


바닷가에 가 보았네

세속의 욕망이 닿지 않는 그곳엔

무욕의 바람이 나를 반겼네

번민과 고뇌에 잠식당한

날 것의 삶 앞에는

눈부신 바다가 놓여 있었네


모래에 이끌린 하얀 파도가

연이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렸고

잿빛 구름을 뚫은 한 줄기 햇살에

해변은 온화함으로 물들어

수평선을 주시하던 멍한 두 눈엔

고요함과 평화가 밀려왔네


수십 번 그 위로의 손길은

차갑던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하여

거칠고 성난 파도에도

시공간이 하나 됨의 전율은

용천수처럼 솟아올라

이미 먼바다로 흐르고 있었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