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
의식의 현상성
김모루
가벼워서 높은 곳에 있지
저 육중한 산맥은
나무의 근간인 잎을
뿌리라 간주하며
인간 중심적 통념 속에
쇠사슬 채운 인문학
새로운 법칙이 발견되거나
두 사물 사이의 법칙이 증명되거나
존재감이 관계성에 놓이게 되면
퇴색해져 가는 삶의 의미에 못 견디는 존재들
피식자이지만 포식자로 가장하여
서열을 나누고 위치를 결정하는 무지렁이들
두려움과 불안감에 양극화시키며
서로의 비판에 인색해지는 사회
별 존재도 아닌 옷 입은 유인원은
20억 년 전 우리 몸으로 이주한 미토콘드리아의 숙주일 뿐
그럼에도 종(種)의 지배자라 오판하면서
멸종에 다다른 가엾은 것들은.